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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흥·화성 공장에 ‘EUV’ 연내 수십대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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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이 독점 공급하고 있는 EUV는 파장이 매우 짧은 극자외선을 이용해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에 빛을 쏘여 회로 패턴을 그리는 장비다. 삼성전자는 한 대당 가격이 2000억원대인 EUV를 올 연말까지 경기도 용인 기흥·화성 공장에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이번 EUV 투자 결정은 ‘총수 부재’ 상황에서도 미국 인텔을 누르고 반도체종합 1위 기업으로 부상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권오현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다자간전화회의)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올해 시설투자규모를 전년 대비 대폭 늘리겠다고 밝힌바 있다. 실제 올 1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시설투자액은 5조원으로 전년동기(2조 1000억원) 대비 2.4배나 증가했다. 작년 한해 반도체 시설 투자에 13조 2000억원을 썼던 삼성전자는 올해 최소 20조원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늘어날 반도체 투자금의 상당부분이 EUV 도입에 쓰이게 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년 7나노를 시작으로 3년 뒤 4나노로 이어질 파운드리 미세공정 로드맵에 맞추려면 올 연말까지 필요한 EUV를 들여와야한다”고 말했다.
◇ASML과 협력관계 유지 중요…지난해 지분 절반 매각 아쉬움도
삼성전자는 2012년부터 미세공정 진입에 대비해 EUV를 독점 생산하는 ASML과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삼성전자는 그해 8월 ASML 지분 3% 인수와 EUV 연구개발(R&D) 등을 위해 1조 100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인텔과 대만 TSMC 등도 ASML 지분을 각각 10%, 5% 인수하는 등 투자 계약을 맺었다.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 파운드리 등 각 분야 세계 1위 기업들이 모두 미세공정 전환에 대비해 ASML에 투자를 결정했던 것이다.
ASML의 올 1분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9억 4400만 유로(2조 4323억원), 영업이익 9억 2500만 유로 등으로 영업이익률이 47.6%에 달한다. 10나노 미만 미세공정이 개발이 반드시 필요한 삼성전자와 인텔, TSMC 등 각 분야 1위 기업들은 ASML과의 안정적 협력이 중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9월 핵심사업 집중을 위한 투자자산 효율화를 위해 보유 중이던 ASML 지분의 절반(1.5%·630만 주)을 매각한 것이 성급한 결정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삼성전자는 ASML 지분과 함께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공급선 다변화 차원에서 2013년 사들였던 일본 샤프 지분 0.7%(3580만주) 전량을 매각했고, 불과 석달 뒤 샤프는 일방적인 패널 공급을 중단한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LCD패널은 전 세계적으로 공급선이 다양하지만 EUV는 삼성전자와 인텔, TSMC 등 3곳 외에는 현재 수요가 거의 없다”며 “ASML 입장에서도 삼성전자가 중요한 고객이기 때문에 지분 매각 때문에 협력 관계가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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