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일상의 몸, 움직이고 춤추고 울부짓다

장병호 기자I 2023.07.27 15:05:50

국립현대무용단 '몸쓰다' 27일 개막
안애순 안무작. 1년 만에 재공연
노출 장면 추가…몸의 '자유' 표현
29일 공연 이후 '관객과의 대화' 마련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세상에 필요없는 사람은 없어 모두. 마음을 열어요. 그리고 마주 봐요. 처음 태어난 이 별에서 사는 우리, 손 잡아요.”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국립현대무용단 ‘몸쓰다’ 언론 시연회가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재즈 가수 고(故) 박성연이 부른 피아니스트 임인건의 노래 ‘바람이 부네요’가 무대 위에 울려 퍼진다. 애잔한 음악에 맞춰 무용수들이 춤을 춘다. 하지만 이들의 춤은 음악의 박자를 따르지 않는다. 노래 가사 때문일까. 무용수들의 몸짓은 처연하고 슬프기까지 하다.

이내 장면이 바뀌어 흰색 옷을 입은 여성 무용수가 등장한다. 무대 뒤편에서 비명을 지르며 등장한 무용수는 무대 앞으로 서서히 이동하며 비명과 한탄, 혼잣말이 뒤섞인 기괴한 말을 내뱉는다. 낯설고 불편한 외침이다. 무언가에 갇혀 있는 우리의 ‘몸’이 만들어내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국립현대무용단이 27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하는 ‘몸쓰다’의 한 장면이다.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을 역임했던 현대무용가 안애순의 작품이다. 지난해 4월 초연 당시 무용수의 개성적이고 폭발적인 움직임과 무대 장치들의 다양한 변주, 탁월한 공간 연출로 화제를 모으며 전석 매진을 기록한 바 있다.

공연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무대다. 상하 리프트와 회전 무대 등 CJ토월극장이 지닌 무대 장치를 십분 활용한다. 무대 바닥이 좌우 앞뒤로 움직이고, 천장에서 조명 장치까지 내려온다. 여느 무용 공연에서는 볼 수 없었던 무대 변화가 인상적이다. 등장하는 무용수는 총 10명. 이들은 각자 서로 다른 몸짓으로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이들의 몸짓은 일상의 움직임이며, 노동하는 몸이기도 하고,. 운동하는 몸이기도 하다. 다양한 몸짓이 한데 섞여 70분을 채운다.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국립현대무용단 ‘몸쓰다’ 언론 시연회가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공연은 당초 7세 이상 관람가였으나, 신체 노출 장면이 추가되면서 13세 이상 관람가로 변경됐다. 선정적인 장면은 아니다. 공연 말미, 무용수들의 육체가 그림자처럼 무대 위에 드리우는 장면이다. 옷을 벗어던진 무용수들의 몸짓은 그제야 비로소 자유로워 보인다.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우리의 몸을 망각하고 살아가는지, 온갖 굴레에 사로잡힌 몸이 원하는 진짜 자유는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안애순 안무가는 ‘불쌍’, ‘이미아직’, ‘공일차원’ 등 동시대적인 주제의식을 바탕으로 하는 감각적인 작품을 선보여왔다. 이번 작품도 안애순 안무가의 전작들처럼 현대무용을 통해 철학적이고 관념적인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안애순 안무가는 이번 재공연의 차별점에 대해 “올해 공연에서는 몸을 통해 공간을 해석하고 움직이려 한다”며 “일상의 반복적 움직임을 거치면서 우리는 그 공간의 독특한 장소성을 발견하게 되는 점에 주목해, 무용수의 몸이 극장 공간과 만나면서 부각되는 장소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려 한다”고 밝혔다. 안애순 안무가는 오는 29일 오후 3시 공연 이후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관객과 소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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