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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에 버려진 옛 아프간 요원들, 탈레반 피해 IS 합류

김보겸 기자I 2021.11.01 14:58:40

탈레반에 쫓기다 유일한 무장세력 IS-K로
미군 떠나며 실업자 된 요원들에 현금 약속
"2003년 후세인 정권 붕괴 때 재현될 수도"

지난달 27일 탈레반이 장악한 하이라탄 항구을 지키는 탈레반 조직원들(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미국이 버리고 떠난 아프가니스탄 옛 군인들과 정보요원들이 극단주의 테러 조직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에 합류하고 있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WSJ에 옛 아프간 정부를 위해 일하던 전직 군·경과 보안관리 수십만명 중 일부가 전향하고 있고 그 수가 점점 늘고 있다고 전했다.

아프간 남동부 팍티아주의 주도인 가르데즈에서는 군 무기와 탄약고를 지휘하던 아프간 국군 장교가 IS-K에 합류했다 지난주 탈레반과 충돌로 사망했다고 전직 아프간 관리가 WSJ에 전했다. 또 아프간 특수부대 전 고위 대원이었던 한 남성은 지난 9월 실종됐다 최근 IS 조직원이 되어 나타났다.

미국 편에 서서 아프간 정부를 돕던 이들이 정보 수집과 전쟁 기술에 대한 전문 지식을 유출시켜 극단주의 단체인 IS-K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탈레반은 옛 아프간 정부 관계자들에게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도 수십만 전직 아프간 정보요원들과 군인, 경찰들이 전향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탈레반을 피해 아프간 유일 무장세력인 IS-K와 합류하기 위해서다. 다른 하나는 미군 철수 이후 실업자가 된 아프간 정부군 관계자들에게 IS-K가 상당한 현금을 주기 때문이다.

과거 이라크에서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붕괴했을 때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는 증언도 나온다. 2003년 미국 침공 후 이라크군이 해체되면서 장교들이 알카에다와 IS로 유입됐던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탈레반은 IS-K와 종교적, 이념적, 정치적 차이가 크다. 탈레반은 수니파 이슬람교의 하나피학파를 따르고 아프간 민족국가를 믿는다. 반면 IS-K는 이보다 엄격한 살라피 이슬람 전통을 따르고 시아파를 물리적으로 근절해야 하는 배교자로 간주한다. 군사정복을 통해 세계적인 이슬람 칼리프 국가 수립하는 게 IS-K의 목표다.

IS-K는 2014년 미국과의 평화 회담을 모색하던 탈레반 지도부에 불만을 품은 인물들이 세운 조직으로, 최근 아프간 붕괴와 미군 철수 과정에서 세를 불렸다.

콜린 칼 미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은 지난달 26일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IS-K가 빠르면 6개월 안에 서방과 동맹국 공격능력을 갖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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