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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美 일방적 결정으로 주한미군 철수 가능?

김관용 기자I 2018.03.16 17:27:03

트럼프 대통령, 韓과 무역적자 언급하며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시사
미군 주둔 근거 '상호방위조약', 일방적 폐기 조항
닉슨독트린 이후 美, 지속적으로 주한미군 병력 축소
美, FTA 개정 및 방위비 협상서 지렛대 활용 가능성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의 무역에 불만을 드러내며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랐다. ‘주한미군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어디 한번 보자’고 언급해 주한미군 철수를 시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 국방부 데이나 화이트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진의를 묻는 질문에 “초점은 우리와 한국과의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견고하다는 것”이라며 “워싱턴과 서울 사이에는 틈이 없다. 우리는 그들(한국)을 계속 지원하고 함께 협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 백악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주한미군 철수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현 행정부가 미국 근로자들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미국의 무역과 투자 협정들을 재협상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려 했다는 것이다.

지난 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병사식당에서 한미 양국 군 장병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미동맹 ‘상징’ 주한미군…세계서 3번째로 많은 병력 주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 병력을 미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철수할 수 있을까. 한미 정부간 협의를 거쳐야 하겠지만 원칙적으로는 가능하다. 주한미군 병력 규모는 순환배치에 따라 들쑥날쑥이라 숫자는 정확치 않지만 2만8500여명 수준으로 파악된다. 일본과 독일 다음으로 많은 병력이 주둔하고 있는 셈이다. 주일미군의 병력수는 5만2000여명, 주독미군 수는 3만8000여명 수준이다.

한미 관계는 1882년 체결된 ‘조·미수호통상조약’으로부터 시작됐지만, 미군의 국내 주둔은 1945년 광복 이후 군정을 실시하면서 본격화 됐다. 1948년 북한에서의 소련군 철수로 1949년 6월 미군도 한국에서 철수했다. 6.25 전쟁 발발 이후 참전한 미군은 지속적으로 한국에 주둔하게 되는데 그 근간이 되는 것이 1953년 맺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이다. 이 조약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 미군을 한국에 주둔시키는 제도적 보장 장치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에는 ‘상호합의에 의하여 결정된 바에 따라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내와 그 주변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許與)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을 체결한다.

하지만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미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는 근거도 담고 있다. 조약 제6조에서 ‘어느 당사국이든지 타 당사국에 통고한 일년 후에 본 조약을 종지시킬 수 있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만약 상대방이 동맹으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면 의견을 묻는 협의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조약을 폐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조약이 폐기되면 자연히 주한미군도 철수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미 양국군 장병들이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주한 미 제2보병사단]
◇트럼프의 주한미군 철수 시사, 협상 지렛대 노림수

앞서 주한미군의 규모를 줄일 때도 별도의 협의 과정 없이 미국의 의지에 따라 이뤄졌던게 사실이다. 1960~70년대 베트남전에서 발을 빼기 위한 명분으로 미국은 ‘우방국의 안보문제는 해당 국가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새로운 외교정책을 발표한다. 이른바 ‘닉슨 독트린’이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은 휴전 이후 6만3000여명(실질 주둔병력 5만8000여명 내외)의 병력을 유지해오다가 1971년 3월 미 제7사단 철수로 2만명을 감축함으로써 병력은 4만3,000명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1977년 출범한 카터 행정부도 주한미군 철수를 일방적으로 선언한바 있다. 한국 정부의 반대로 그 규모가 축소되기는 했지만 결국 3400여명의 병력이 미국으로 되돌아갔다. 이후 1989년 부시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주한미군 철수 논의가 재개돼 결국 1992년까지 7000여명의 주한미군이 줄어들게 됐다.

이같은 역사적 사실을 고려할 때 트럼프 행정부에서 주한미군 철수나 축소가 실현불가능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과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미국 의도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관련 상황 변화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직접적으로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한국과의 무역 적자를 지적하면서 나온 것이어서 ‘위협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FTA 개정 협상을 염두에 둔 발언일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한미 양국은 2019년부터 적용될 제10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양국간 첫 협의를 마무리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한국의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누차 강조해 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지렛대로 활용해 협상의 우위를 차지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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