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을미년에 문 연, 간토대학살 옆 식당”…민주당, ‘尹 만찬’도 비난

박기주 기자I 2023.03.15 14:56:12

정청래 "128년 된 식당에서 만찬? 을미사변 있었다"
박찬대 "아무런 의도 없는, 우연이길 바란다"
추미애 "관동대지진 100주년, 도쿄 한복판 돈까스"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방일 중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찬을 할 것으로 알려진 식당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식당이 개업한 해, 그리고 지역적 특성을 고려할 때 적절한 선택이 아니라는 것이다.

도쿄 시내 경양식집 렌가테이 (사진= 구글맵 갈무리)
일본 현지 보도 등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1895년부터 개업해 128년 역사를 자랑하는 경양식집인 ‘렌가테이’(煉瓦亭)에서 만찬을 가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이에 담긴 의미가 우리나라 입장에선 부정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5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128년 된 오므라이스 집에서 만찬을 한다는 보도가 있다. 윤 대통령은 128년 전 우리 한반도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명심하시기 바란다”며 “128년 전 1895년, 명성황후를 시해한 을미사변이 있었고 일본이 조선에서의 지위권을 확보한 시모노세키 조약도 있었다. 128년 된 오므라이스 집에 가서 너무 오므라이스에 취해 있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찬대 최고위원 역시 “정상 간의 만찬에는 메뉴 하나하나가 화제가 되기 때문에 장소부터 메뉴 선정까지 의미를 담아 세심하게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1895년은 을미사변이 있던 해”라며 “일본 측이 하필 명성황후가 시해된 해에 창업한 노포에서 오므라이스를 대접하는 것이 아무 의도도 담기지 않은, 그저 우연이기를 바란다”고 했다.

박 최고위원은 이어 “확실한 것은 하나 있다. 강제징용 배상을 내주고 받은 만찬이니 무척 비싼 오므라이스라는 점”이라며 “공짜 점심도 없고 공짜 만찬도 없다. 지금의 상황을 보면서 구한말을 떠올리는 국민이 많습니다. 1895년 명성황후 시해 사건이 벌어지고, 10년 뒤 일본은 을사늑약을 통해 대한제국을 집어삼켰다. 을사오적이 그랬던 것처럼 짝사랑 맹종외교를 고집하며 국익을 저버린다면 우리의 미래 또한 비극의 역사가 반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이 같은 비판 행렬에 동참했다. 지난 1923년 관동대지진 조선인 대학살(간토대학살) 당시 일본 시민의 목격담이 담긴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에 대한 일본국가와 민중의 책임’을 언급한 추 전 장관은 “저 비극이 목격된 곳은 ‘렌가테이’ 돈까스 식당에서 불과 약 20여 분 거리에 있다. 저곳뿐만 아니라 일본 수도 한복판에서 우리 동포에 대한 일본인의 대학살 만행에 수천 명이 희생됐다”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일본은 우물에 독을 탔다는 등의 유언비어 유포를 이용하고, 조선인 폭동 등의 오보를 유포해 계엄령으로 군대를 통해 직접 학살하거나 성난 일본 군중의 조선인 무차별 학살을 유도한 책임이 있는 것임에도 철저하게 은폐해왔다”며 “지난 3·1 절 기념사도 ‘주권 상실이 세계변화에 준비 안 된 조상 탓’을 하다가 하필 관동대지진 100주년이 된 올해 도쿄 한복판에서 돈까스 당하는 한국 대통령을 역사는 어떻게 기록하겠나. 돈까스가 목에 걸리지 않으시겠느냐”고 비꼬았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