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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억원 규모 부당대출 적발..뻥뚫린 금융권 '대출심사'(종합)

이준기 기자I 2014.02.06 15:57:02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KT의 자회사인 KT ENS(옛 KT네트웍스) 직원이 협력업체들과 공모해 300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받은 대규모 대출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의 허술한 대출심사 관행이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6일 금융권 및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T ENS의 직원 K씨는 협력업체 4곳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 9곳에 들어온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 중 3000억원가량을 가로챘다. 협력업체와 거래를 통해 발생한 매출채권을 SPC에 양도하고 이를 담보로 SPC가 대출을 받았지만 매출 채권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가공의 매출채권이었다.

대출사기 피해규모는 하나은행이 1624억원 규모로 가장 컸고, KB국민과 농협은행은 각각 296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 10곳도 모두 800억원가량이 물렸다. 이들 금융회사는 2008년 첫 대출 이후 2010년까지 정상 거래를 유지해왔던데다, 대출 서류에 별다른 문제가 없어 대출사기를 의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실제 채권양도 확인서에 KT ENS 직원의 서명은 물론 회사의 인감도 찍혀 있었다”며 “KT ENS 직원에 의해 이뤄진 횡령 사건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SPC의 외담대에는 다른 금융사들의 신용보강(보증)이 이뤄진 만큼 자금 회수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다. 반면 KT ENS 측은 협력업체들에 대한 매출채권 존재 자체를 부인했다. 이에 따라 금융사들과 KT ENS 간 소송 등 분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이번 대출사기 사건으로 인해 금융권의 허술한 대출심사 관행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KT ENS가 대기업인 KT 자회사라는 점만 믿고 허술하게 대출심사를 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금감원은 대출 관련 서류 일부가 위조됐고, 자금추적결과 대출금 돌려막기도 이뤄진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KT ENS 직원을 조사하고 있으며, 공모 혐의를 받는 협력업체 관계자들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했다. 경찰은 K씨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사기와 사문서 위조 및 행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박세춘 금감원 부원장보는 “이번 사태는 납품업체와 KT ENS 직원이 공모해 가공의 매출채권을 발생시킨 대출 사기로 판단하고 있다”며 “금융사 직원이 연루됐거나 여신심사가 소홀했던 부분이 드러나면 엄중히 징계하는 한편 관련자들을 모두 수사기관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KT 자회사 대출사기

- '3천억대 대출사기' 핵심 용의자 국내서 검거 - '사기대출' 핵심용의자 홍콩서 뉴질랜드로 도주 - KT ENS 협력업체 대출사기, 하나ㆍ국민ㆍ농협銀 내부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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