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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첼라 찢은 블랙핑크 한복, 전통과 현대의 美 녹였죠"

백주아 기자I 2023.05.22 16:27:17

장하은 오우르·이일순 금단제 대표 인터뷰
전통 한복·韓 최초 패턴디자인 브랜드 협업
한국 전통 문화 현대적 재해석 새롭게 창조
전 세계에 한복·우리 문화 우수성 알려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30년간 전통 한복을 만들어온 어머니의 원단에 한국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오우르 패턴을 얹어 탄생한 옷이에요. 아름다운 우리 문화를 알릴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지난 21일 서울 압구정동 금단제에서 만난 이일순(왼쪽) 금단제 대표와 장하은 오우르 대표.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K팝 대표 아티스트인 블랙핑크가 지난달 미국 최대 음악 축제 ‘코첼라 밸리 뮤직&아츠 페스티벌’에서 입은 한복이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한국 전통 문양 기반 패턴 디자인 브랜드 ‘오우르’와 전통 한복의 대가 ‘금단제’가 만든 합작품은 한국의 문화유산을 새롭게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21일 서울 압구정동 금단제에서 만난 장하은(27) 오우르 대표와 이일순(61) 금단제 대표는 모녀 사이다.

지난 1993년부터 한복 디자이너로 금단제를 운영 중인 어머니를 통해 우리 문화를 체득한 장 대표는 시카고 예술대학(SAIC)에서 원단·패턴 디자인을 전공한 이후 지난 2021년 오우르를 론칭했다. 자체 개발한 한국적인 패턴을 활용해 한복과 액세서리, 오브제를 만드는 곳은 이 곳이 유일하다.

장 대표는 “오랜 세월 전통 한복을 고수해온 어머니와는 달리 새로운 방식으로 전통문화에 접근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며 “기와 건축물의 처마, 민화 속 구름무늬 하늘, 지붕 밑면의 단청, 연꽃 등 다양한 한국적 모티브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해석을 곁들인 패턴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블랙핑크 코첼라 의상. (사진=오우르)
코첼라 무대에서 블랙핑크가 착장한 의상에서도 전통과 현대의 조화가 두드러졌다. 장 대표는 고려 중기부터 조선 말까지 왕·무관들이 두루 입은 한국 전통 한복 중 하나인 ‘철릭’에서 영감을 얻었다. 저고리 스타일의 상의는 전통 한복 명주 원단으로, 치마 하의는 주름이 잡힌 시스루의 현대적인 비즈 원단을 사용했다. 어깨에는 나전 칠기 자개가 돋보이는 ‘림’의 나빌레라 브로치를 연출했다.

특히 상의에는 십장생(리사), 단청(로제), 모란(지수), 자연-별(제니) 등 한국적 모티브의 문양의 손자수를 놓은 어머니의 원단을 사용했다. 금단제는 장 대표가 디자인한 ‘처마’ 패턴을 활용해 하피(왕비가 입는 궁중복에 들어가는 어깨띠)와 허리띠에 금박 작업을 했다. 영화 관상·사도·박열 등 약 30개 작품에서 정통 궁중 한복을 고증·제작하며 쌓은 금단제만의 노하우와 오우르의 아이디어가 결합하면서 새로운 작품이 탄생한 것이다.

블랙핑크. (사진=YG엔터테인먼트)
이 대표는 “한복이 외국의 명품 브랜드 의상과 견줬을 때 전혀 손색이 없다는 걸 증명했다는 점에서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된 것 같아 고무적이었다”며 “우리의 정체성을 중심에 두고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자 했던 시도가 통했다”고 평가했다.

오우르와 금단제는 우리 전통문화를 지키고 알리는 데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금단제는 정통 궁중 예복을 통해 혼례문화의 전통을 이어가면서 동시에 미국, 호주, 이스라엘 등 다양한 나라에서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한미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주시애틀 영사관에서 한복 공연 쇼를 열었다. 당시 오우르는 해당 공연 전체 감독을 맡았다.

지난 21일 서울 압구정동 금단제에서 만난 이일순 금단제 대표(왼쪽)와 장하은 오우르 대표가 하피(왕비가 입는 궁중복에 들어가는 어깨띠)에 브로치를 달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이 대표는 “광화문에서 대여해 주는 옷 대부분은 중국에서 만들어지는데 정체성 없는 옷을 입다 보면 우리의 전통성을 잊을 수 있다”며 “금단제가 지난 30년간 우리 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는 광야를 거쳐 왔다면 오우르 시대에는 한국 전통문화 관련 브랜드가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우리의 전통을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표현할 것인가를 중점적으로 고민한다”며 “현대인들이 우리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공감할 수 있는 신선하고 새로운 전통문화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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