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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감염병 예방, 공공시설물에 안전한 항균제품 사용부터

함정선 기자I 2021.07.20 13:58:24
[유한종 국제구리협회 한국지사장] 최근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 감염에 대해 역학 조사관으로 활동한 전문가는 화장실 수도꼭지나 문 손잡이 등 공공시설물을 통한 접촉감염을 원인 중 하나로 손꼽았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오염된 손으로 공공장소의 손잡이를 잡았다면, 손잡이 표면에는 재질에 따라 다르겠지만 길게는 며칠씩 바이러스가 서식할 수 있고, 그 기간 손잡이를 이용하는 모든 사람이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천과 나무에서 24시간, 스테인레스 스틸과 플라스틱에서 4일간 생존한다는 연구 결과가 우리의 주목을 끈 이유는 바로 공공장소에서 흔히 접촉하는 사물이 바이러스의 온상지가 되고, 우리 손이 전파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기 때문이다.

공공시설물 접촉에 의한 감염은 이미 세계보건기구나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 등 국제 보건기구에서 경고하는 사항이다. 특히 원내감염이 심각한데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유럽 내 병원 환자 14명 중 1명은 치명적인 병원균에 감염되며 해마다 약 3만7000명이 사망한다. 또한 2011년 기준 연간 원내 감염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약 70
조 유로에 달한다고 하니 공공장소에서의 시설물 접촉에 의한 감염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사회에 부담이 되는 문제다.

이렇듯 접촉감염이 일상을 위협하는 문제로 부각하며 미국과 유럽에서는 공공시설물에 사용할 수 있는 항균 소재 사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올해 2월 미국환경보호청은 구리가 2시간 이내에 99.9 %의 유해한 세균을 박멸한다고 발표하면서 구리를 유일한 항균 소재로 등록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와 국립보건원 역시 지난해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구리 표면에 접촉한 후 1시간 내에 절반 정도가, 4시간 이내에는 완전 소멸한다는 연구결과를 보고했다.

구리의 항균성 연구는 학계에서도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 의과 대학은 응급실에서 구리병상을 사용한 결과 일반병상과 비교 시 박테리아가 95% 적게 검출되었다고 보고했다.

영국 사우스햄프턴 대학교도 구리 항균작용에 대한 연구를 통해 구리가 호흡기 바이러스 전파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감염병 예방을 위해 대중교통 내 손잡이, 쇼핑카트 등 공공장소에서 구리를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에 따라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서는 병원에서 구리를 사용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으며 일본에는 구리로 만든 병원이 있을 정도다.

구리가 다른 국가의 정부기관과 학계에서 항균소재로 주목받는 데에는 뛰어난 항균성뿐만 아니라 항균제 내성을 일으키지 않는 천연 소재라는 점이 작용한다. 항균제 내성이란 병원성 세균이 진화하면서 더이상 치료약에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세계보건기구는 2050년까지 해마다 약 1000만명이 항균제 내성으로 인해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항균제 내성은 흔히 항생제 오남용에서 비롯되기에 항생제 사용을 줄이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상에서 사용하는 항균 청결제가 항균제 내성을 키운다는 연구에서 보듯 비누나 치약, 그리고 손세정제 등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제품이 항균제 내성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내성 위험이 없는 안전한 항균제 사용이 필요하다.

구리는 고대부터 인류가 애용한 천연 항균제다. 고대 이집트 시대에는 오염된 물을 정화하기 위해 구리를 사용했고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치료와 소독에 사용했다.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 역시 하지정맥류와 족부궤양 치료에 구리를 이용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구리가 음식 내 식중독균을 살균하며 독성물질에도 반응하는 점을 이용해 오랫동안 식기로 애용하기도 했다.

구리의 항균 기능은 산업에도 적용된다. 항균 기능으로 구리 표면에 생물 번식이 어렵다는 것에 착안, 배 밑바닥 처리에 구리를 사용하고 양식 산업의 그물 재료로도 이용한다. 이처럼 인류는 해로운 생물의 번식을 막으면서 우리 몸에 닿거나 흡수하는 물질을 다룰 때 몸에 안전한 구리를 사용했다. 도시밀집형 생활을 하는 우리가 공공시설물에 안전성이 입증된 구리 사용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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