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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공시가 산정권' 두고 국토부-지자체 힘겨루기 재현되나

박종화 기자I 2022.05.25 15:11:37

서울시, 표준지 공시가격 적정성 검증 나서
'산정권 이양 요구' 지렛대 해석
원희룡도 "지자체에 조사·산정권 이야해야" 발언
국토부 등선 지자체별 형평성·전문성 부족 들어 난색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권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재현될 조짐이다. 공시가격 검증 강화를 예고한 서울시는 국토교통부에 산정권도 넘겨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토부는 형평성 등을 이유로 여전히 미지근한 태도다.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2022.5.22. (사진=연합뉴스)
2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다음 달 공시가격 모형 개발을 위한 연구 용역을 시작한다. 실거래가와 감정평가액, 수익률, 지역 특성 등을 반영해 ‘적정’ 공시가격을 산출하는 모형을 만드는 게 목표다.

서울시는 이 모형을 바탕으로 서울시내 표준지 중 7500여필지의 올해 공시가격 적정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서울시내 표준지 공시지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했는데 그것이 적정하게 산정됐는지 실거래가 등을 바탕으로 한번 점검해보려 한다”며 “모형을 갖고 적정 공시가격보다 (실제 공시가격이) 더 높거나 낮게 책정된 곳이 있는지 보려 한다”고 했다.

시가 이런 검증 모형을 마련하려는 건 공시가격 산정 정책에서 지방자치단체 권한을 키우기 위해서다. 현행 제도에선 국토부와 한국부동산원이 필지별 특성을 대표할 수 있는 땅인 표준지 공시가격을 산정·공시하면 지자체는 이를 기준으로 나머지 개별지 공시지가를 산정하게 된다. 단독주택 공시가격, 즉 표준주택-개별주택 공시가격 산정 방식도 마찬가지다.

그간 서울시와 경기도 등 수도권 지자체에선 공시가격 산정·공시 권한을 각 시·도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시가격을 제대로 산정하기 위해선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지자체가 그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공시가격 산정 모형을 개발하게 되면 중앙정부가 매긴 공시가격이 정확한지, 나아가 표준지 공시가격을 중앙정부가 쥐고 있는 게 맞는지 따져볼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제주지사로 재직하던 지난해 “잘못된 조사·산정에 대해서 책임도 지지 않고 산정근거도 깜깜이 가격 공시로 일관할 것이라면 부동산 가격공시 관련 예산과 조사·산정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시도가 실제 제도 변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자치분권위원회는 지난달 표준지·표준주택 공시가격 산정권을 지자체로 이양해달라는 서울·경기 등 요구에 ‘국가 사무로 존치한다’고 결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준에 따라 공시가격이 산정되는 게 맞는다. 지자체가 아직 관련 인력이나 예산, 전문성 등 준비가 부족하다’는 의견에 따라 현행 유지가 결정됐다”고 전했다. 원 장관도 장관 지명 후엔 “공시제도의 취지와 지자체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시가격의 정확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주장을 누그러뜨렸다.

산정 권한 이양 여부와는 별도로 공시가격 산정에서 지자체 입김은 전보다 세질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지자체마다 ‘공시가격 검증센터’를 설치하겠다고 공약했다. 공시가격 검증센터는 중앙정부가 산정한 공시가격이 적정한지 검증하는 역할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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