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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美 대선자금 척척…'영향력 확대' 포석

권소현 기자I 2016.05.02 14:22:21

정책여건 비우호적…소득불평등 해소 대선 이슈 부상
정치자금 기부자 상위 10위 중 6명이 헤지펀드 매니저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미국 헤지펀드 거물들이 줄줄이 정치자금으로 거액을 내놓고 있다. 대선 주자들이 소득 양극화 해소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헤지펀드에 비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된 가운데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자 정치적인 영향력 강화에 나선 것이다.

비영리 정치자금 감시단체인 CRP(Center for Responsive Politics)에 따르면 이번 미국 대선에서 개인 중 정치자금 기부액 상위 10위 중 6명이 헤지펀드 매니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의 기부액은 총 6600만달러(약 752억원)에 달한다. 2008년 대선에서는 상위 10위 안에 헤지펀드 매니저가 한 명도 없었고 2012년에는 단 2명이었던 것에 비해 크게 늘었다.

기부금 대부분은 개별 정치활동위원회인 팩(PAC)이나 민간 정치자금 단체인 슈퍼팩(Super PAC)으로 흘러들어 갔다. 슈퍼팩은 합법적으로 무제한 모금이 가능하지만 특정 후보나 정당을 접촉하거나 협의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는 점에서 팩과 다르다.

가장 기부금을 많이 낸 헤지펀드 거물은 로버트 머서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로 1670만달러를 냈다. 그는 공화당 후보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지지자다. 2위는 패럴론캐피탈매니지먼트를 설립한 톰 스테이어로 1300만달러 이상을 지원했다. 친민주당 성향으로 기후변화를 위해 싸우는 중도 민주당원을 후원해왔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의 조지 소로스 회장은 민주당 경선 선두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지원하는 팩에 700만달러를 내는 등 총 800만달러를 쾌척했다. 르네상스테크놀로지의 제임스 시몬스 최고경영자(CEO), 팔로마 파트너스의 도널드 서스맨 설립자 등이 민주당에 기부한 큰 손 들이다.

엘리언매니지먼트를 설립한 행동주의 투자자 폴 싱어는 공화당을 후원했다. 지금은 경선을 포기한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전 상원의원 등을 지원하는데 1000만달러 이상을 냈다. 그는 게이와 트렌스젠더의 권리를 옹호하는 후보를 지원하는 아메리칸 유니티 팩에도 돈을 냈다. 이밖에 시타델의 켄 그리핀과 SAC캐피탈 및 포인트72의 설립자인 스티브 코헨 등도 공화당에 기부금을 냈다.

상위 10위 내 기부자들의 기부금 절반 이상이 지금까지 공화당으로 흘러갔다. 다만 이 중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없었다.

이처럼 헤지펀드 거물들이 거액의 돈을 정치후원금으로 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 것은 헤지펀드가 처한 현실과 무관치 않다. 이미 헤지펀드는 미국 정부가 기업들의 조세회피용 본사 이전에 제동을 걸면서 타격을 입었다. 애브비의 샤이어 인수와 화이자의 앨러건 인수 등이 어그러지면서 주가가 폭락해 헤지펀드는 수십만달러의 손실을 봤다. 정책 여건이 헤지펀드에 비우호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현재 미국 내에서 소득불평등이 심화하면서 대선 주자들은 앞다퉈 이를 해소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지금까지는 대형 은행이나 월가를 겨냥한 규제에서 한발 비켜서 있었지만 미국 연기금이 헤지펀드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헤지펀드의 낮은 수익률과 높은 수수료가 도마에 올랐다.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을 적용받고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트럼프는 작년 8월 CBS와의 인터뷰에서 “펀드매니저들은 세금에 대해 교묘히 피해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선두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딸이 애비뉴 캐피탈에서 일했고 사위는 헤지펀드를 설립했음에도 불구하고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중산층에 비해 내는 세율이 너무 적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버니 샌더스 민주당 대선 후보 역시 소득 불평등 문제를 대선 핵심 이슈로 제시했다.

클린턴과 샌더스 후보는 억만장자들이 간호사나 트럭 운전사보다도 더 낮은 세금을 내도 되는 상황을 끝내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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