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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논란' 공수처, 통신 수사 사전·사후 심의로 내부 통제 강화

이연호 기자I 2022.04.01 16:06:38

'통신자료조회 심사관'에 예상균 검사 지정…자동 선별 프로그램도 도입
공수처 통신 자료 조회 개선안 1일부터 시행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지난해 말 무차별적인 통신 조회로 사찰 논란을 야기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전담 심사관을 지정해 통신 자료 수사의 적정성을 사전·사후에 심의하기로 했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수사자문단 회의를 격월마다 개최해 수사 전반에 대한 평가도 받기로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 사진=뉴스1.
공수처는 1일 통신 수사 실태 점검 및 수사자문단 심의를 거쳐 마련한 이 같은 내용의 ‘통신 자료 조회 개선안’을 이날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개선안에 따르면 공수처가 수사를 목적으로 통신 자료를 조회할 경우 통신자료조회 심사관에게 사전·사후 감독을 받아야 한다. 통신자료조회 심사관은 지난달 13일 공수처 직제 개편을 통해 신설된 인권수사정책관에 보임된 예상균 검사가 맡는다. ‘단체 카카오톡방(카톡방)’에 참여한 다수인을 대상으로 ‘1회, 일정 수 이상’의 통신 자료를 조회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는 종전 검사 전결에서 부장검사 전결로 위임 전결 권한을 상향 조정하고, 인권수사정책관의 사전 심사도 받도록 했다. 심사 대상이 되는 조회수 기준은 부작용을 고려해 비공개하기로 했다.

인권수사정책관은 향후 격월 주기로 개최되는 수사자문단 회의에서 통신 자료 조회 현황을 정기적으로 보고한다. 회의에서는 통신 자료 조회를 포함한 수사 전반에 대해 심의·평가한다. 이 같은 사전·사후 통제에도 부적절한 통신 자료 조회가 발견될 경우 인권수사정책관은 즉시 이를 처장에 보고토록 하고, 처장은 인권감찰관실에 필요한 조치를 요구하기로 했다.

또 공수처는 통신 수사 진행 시 검사·수사관들이 숙지하고 따라야 할 통신 수사 업무 절차를 규정한 ‘통신 자료 조회 점검 지침’ 예규를 제정해 시행한다. 내달 중에는 수사 대상자의 통화 내역 등을 정밀 분석해 통신 자료 조회 대상 범위를 최소화해 주는 첨단 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용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해 말 공수처는 정치권과 언론계뿐 아니라 일반인의 통신 자료까지 광범위하게 조회한 사실이 드러나며 여론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이에 공수처는 지난 1월 이대환 수사1부장 직무대리를 팀장으로 내부 검사 4명이 합류한 ‘통신 자료 조회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1개월여 동안 문제가 된 사건을 포함해 통신 수사 기법을 활용한 사건을 전수 점검했다.

점검 결과, 논란이 된 특정 사건에서 △동일인에 대한 중복 조회 △단체 대화방 다수 참여자에 대한 통신 자료 조회 △부서별 조회 기준 상이 △조회 컨트롤타워 부재 등의 문제점을 확인했다.

공수처는 이를 토대로 지난 2월 두 차례의 수사자문단 회의를 통해 권고 의견을 수렴하고, 안팎의 여건 등을 고려해 이번 개선안을 마련했다. 공수처는 개선안 일부를 지난달 3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간담회에서 설명하기도 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언론의 자유, 통신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이 과도하게 제한되거나 위축되지 않도록 수사권 행사에 더욱 신중을 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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