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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들, 인터넷은행 대출로 갈아타는 이유는

정두리 기자I 2022.12.05 16:37:33

비금융정보 신용평가 반영…업력 짧아도 유리한 대출 가능
비대면 대출 프로세스로 신용대출 심사 기준 한층 수월
시중은행 연말 한도소진으로 대출 줄어든것도 일부 영향
“개인사업자 대출 경쟁 내년부터 본격 활발해 질 듯”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서울 강서구 마곡 신도시 한 역세권 상권에서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장사를 하고 있는 A씨는 아직 업력이 채 1년도 되지 않아 대출이 나올까 걱정했지만, 지난달 카카오뱅크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추가 사업 자금을 융통할 수 있었다. A씨가 받은 대출 금리는 5.69% 였다. A씨는 “시중은행에서는 대출이 어려울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인터넷은행에서 별도의 우대조건을 통해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인터넷은행들이 ‘사장님’들의 비금융정보를 신용평가에 반영해 더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이 가능한 개인사업자 대출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이 최근 지속적으로 줄어든 가운데, 인터넷은행이 관련 사업에 뛰어들면서 소상공인을 잡기 위한 은행권 각축전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카카오뱅크는 5일 개인사업자 고객 전용 화면 ‘사장님 홈’을 선보였다고 밝혔다. 개인사업자 뱅킹을 이용 중인 고객이라면 개인 홈과 사장님 홈을 전환하면서 개인사업자 통장, 개인사업자 대출 등 사업자산을 개인자산과 구분해 관리할 수 있게 돼 사장님들의 편의가 한층 강화됐다.

카카오뱅크 개인사업자 뱅킹은 출시 한 달 만에 개인사업자 고객수가 13만명을 돌파하며 약 500억원의 공급액을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사업자의 업력이 짧더라도 신용도·업종·상권·자산 보유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대출을 지원한 것이 주효했다.

증빙 소득은 적지만, 매출이 꾸준히 나오는 것만으로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매출액을 통해 대출 상환 능력을 평가한 결과, 증빙 소득 1000만원 이하 사업자의 비중이 전체 대출 받은 사업자 중 32%를 차지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매출이 꾸준히 유지되는 음식숙박업 및 미용업 업종 사업자 중 55%는 가점을 받아 보다 많은 한도, 낮은 금리로도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보다 앞서 토스뱅크와 케이뱅크는 올 상반기부터 자영업자 전용 대출 시장에 진출했다. 토스뱅크는 지난 2월 인터넷은행 중 가장 먼저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을 출시한 데 이어 5월에는 ‘사장님 마이너스통장’도 선보였다. 토스뱅크는 완전 비대면 대출 프로세스에 부가서류 제출 등 제출하지 않아도 다양한 금융거래정보를 활용한 대안정보를 신용대출 심사 기준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대출을 제공해주고 있다. 이에 힘입어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은 10월 말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11월 말 기준 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케이뱅크도 지난 5월 개인사업자 보증서 대출 ‘사장님 보증서대출’을 출시하고 9월에는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최대 1억원의 대출한도를 제공하는 ‘사장님 신용대출’의 경우 대출금리는 5일 기준 연 5.90~6.99%를 제공해 상단 기준으로는 인터넷은행 가운데 가장 금리가 낮다. 하단의 경우 카카오뱅크가 현재 연 5.795%의 금리를 제공해 최저다.

반면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2개월 연속 감소세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1월 말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314조7504억원으로 전달 대비 573억원 감소했다. 10월에도 전달 대비 4602억원 줄어 두달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채권 발행이 어려워진 탓에 은행들이 리스크가 높은 개인사업자대출부터 심사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10월 국내 18개 은행의 평균 신용대출 취급 금리는 최저 5.74% 최대 11.10%로 집계됐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자금시장 경색으로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진 요인도 있지만, 개인사업자 대출의 경우 연말이 되면 한도소진 등의 이유로 증가폭이 축소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업종별로 여신 한도를 둬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연말에 집행하지 못한 대출이 연초에 취급되는 경우도 있다보니 개인사업자 대출 추이는 내년에 본격 경쟁이 활발해 질 듯”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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