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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저격하고 쿼드 강화…바이든 취임 6개월, 중국 압박 수위 높였다

김무연 기자I 2021.07.19 13:39:27

신장·홍콩 인권탄압 정조준… 관련 기업에도 경고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中 수출 보류 부탁하기도
군사협의체 쿼드 강화… 佛과 함께 벵골만서 군사훈련
전문가 “韓, 줄타기 외교 시기 끝나”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오는 20일(이하 현지시간) 취임 6개월을 맞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지속적으로 높여가고 있다. 취임 전만 하더라도 ‘중국의 치어리더’란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친중(親中) 이미지가 강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자인 트럼프 전(前) 대통령 이상으로 대중(對中) 강경책을 이어가며 중국에 날을 세우고 있다.

올해 1월20일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6개월 동안 중국과 지속적으로 갈등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의 ‘아픈 손가락’이라 할 수 있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 및 홍콩 관련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가 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로 구성된 안보 협의체)를 강화하고 아·태 지역 디지털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AFP)


바이든, 신장·반도체 정조준… 中 ‘아픈 손가락’ 집중 공략

미국 국무부와 재무부, 상무부, 국토안보부, 무역대표부, 노동부는 지난 13일 공동으로 신장 지역 공급망과 관련해 갱신된 경고를 발표했다.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인권침해와 첨단기술 감시 의혹과 관련된 기업들에게 투자하거나 거래를 유지하면 미국법을 위반할 수 있다는 취지다. 또한 미국 정부는 중국의 국가보안법에 따라 홍콩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피해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의회도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강경 행보에 보폭을 맞추고 있다. 미국 상원은 지난 14일 ‘위구르 강제 노동 방지법’을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미국은 지난해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재배한 목화로 만든 섬유, 의류, 직물뿐만 아니라 이 지역의 토마토 기반 식품 수입을 전면 금지한 바 있지만, 이번 법안은 이보다 수위가 높은 조치다.

신장위구르자치구와 홍콩은 중국의 대표적인 ‘역린’으로 꼽힌다. 중국 당국은 신장 지역에서는 2016년부터 100만 명의 위구르족과 이슬람교 소수민족을 수용소에 임의로 감금, 강제노동을 시킨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하고 최근에는 대표적인 반중 매체인 ‘빈과일보’를 강제 폐간하며 민주주의를 탄압한다고 지탄받고 있다.

통신 장비 분야에서 세계적인 입지를 다져가던 중국의 계획에도 엄포를 놨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13일 미국 통신기업이 중국 화웨이와 ZTE의 장비를 제거할 경우 소요 비용을 보상하는 프로그램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예산은 19억달러(약 2조2000억원)가 배정됐다. 화웨이는 세계 통신장비 시장 1위 기업으로 매출 비중으로 보자면 올 1분기 글로벌 시장의 27%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도 제동을 걸었다. 지난 17일 월스트리저널(WSJ)은 네덜란드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의 요청에 따라 자국 기업 ASML이 만든 반도체용 첨단 노광장비의 중국 수출 허가를 지속 보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자체적으로 노광장비를 개발하더라도 ASML 기술을 따라잡으려면 최소 10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3월 1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쿼드 참여국가 정상들과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사진 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사진=AFP)


아시아 영향력 회복 초점… 쿼드 강화, 아·태 디지털 협약 준비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월 트럼프 행정부의 쿼드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해 스티브 비건 국무부 부장관은 비공식 협력체인 쿼드를 유럽의 나토(NATO)처럼 다자 안보동맹으로 공식 기구화하겠단 의지를 밝힌 뒤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쿼드 참가국은 프랑스와 함께 지난 4월 인도 벵골만 일대에서 함께 군사훈련을 하는 등 대중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로 약화된 아시아 권역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 회복을 위한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 블룸버그는 미국 정부가 캐나다, 칠레, 일본, 말레이시아,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이 포함된 디지털 무역협정안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협정엔 디지털 무역협정에선 무역절차 간소화, 전자 세관 합의가 포함될 예정이다.

중국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대만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만에 모더나 백신 250만회 분을 전달했다. 대만은 2016년 차이잉원 총통이 취임한 이래 반중 노선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면서 미국 대중 전략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의 대중 압박이 강화되면서 ‘전략적 모호성’을 바탕으로 한 한국도 조만간 선택의 순간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자리에서 한국전쟁 참전자인 랠프 퍼켓 주니어 예비역 대령(94)에게 명예 훈장을 수여했다. 당시 외신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백악관의 기획으로 분석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처럼 보여주기식 반중 정책이 아니라 국제적 규범과 민주주의적 가치에 입각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어 ‘줄타기 외교’를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재승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원장은 “트럼프의 돌발적인 모습에 반중 전선에 가담하기 꺼려했던 유럽 국가들도 바이든이 민주적 가치를 들고 나오자 합류하기 시작했다”라면서 “우리나라도 더 이상 전략적 모호성을 갖고 버티긴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고 친미·친중이라는 이분법적 외교관에서 벗어나 민주적 가치에 입각해 사안을 선택하는 ‘가치 동맹’의 필요성이 절실한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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