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중국 베이징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생애 첫 대선 투표를 기다리던 김자연(21) 양은 “처음 투표에 많이 설렌다”며 이같이 말했다.
제20대 대통령 선출을 위한 해외 거주 유권자들의 재외투표가 이날부터 엿새간 진행된다.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이날 주중 한국대사관에는 오전 8시(현지시간)부터 재외투표를 위해 마스크를 쓴 교민들이 하나둘 투표소를 찾았다. 중국에는 주중한국대사관, 광저우 총영사관, 상하이 총영사관 등 10곳에 투표소가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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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를 시작하고 두 시간 여 만에 80여명의 유권자가 투표소를 다녀갔다. 부부가 함께 손을 잡고 찾아오거나 친구들과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 2020년 4·15 총선 때보다 투표 열기가 더 뜨거웠다. 주중대사관 재외선관위에서 마련한 셔틀버스가 속속 도착하면서 투표자는 오전 약 150명에 달했다. 인근 도시인 톈진에서도 30명의 유권자가 버스를 타고 도착했다.
유권자들은 평일인 만큼 일정을 잠시 미루고 투표소를 찾기도 했다. 한국 대기업의 중국 주재원으로 근무 중인 이 모(53) 씨는 “장쑤성 출장이 있는데 비행기표 시간을 바꾸고 투표하러 왔다”며 “국민을 하나로 만들고 안정시키는 대통령이 당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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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관계는 중국 내 재외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다. 중국 베이징대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금지아 교수는 강의 전 투표소를 찾아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한국을 알리고, 가르치고 있다”며 “해외에 있지만 새로운 대통령을 믿고 지지하는 마음으로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한중 간 민심이 악화되고 있다는데, 사실 현장에서 보면 과대 해석된 부분이 있어 안타깝다”고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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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중국에서 재외투표를 신청한 유권자는 2만9827명이다. 코로나19 상황으로 2017년 대선 때의 4만3912명보다 크게 줄었지만, 전체 재외 유권자의 10%에 달한다. 재외투표는 한국 국적을 가진 유권자가 미리 신청해야 참여 가능하다.
제20대 대통령선거 재외투표는 이날부터 28일까지 전 세계 115개국 177개 재외공관 219개 투표소에서 진행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집계한 해외선거인명부 확정 선거인 수는 22만6152명이다.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러시아와의 전쟁 위기로 선거사무가 중지돼 재외투표를 실시하지 않는다.
한편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재외투표율은 대통령 선거 때는 평균 9.15%, 국회의원 선거 때는 평균 3.83%를 기록했다. 2012년 재외 선거가 도입 이후 실시된 두 차례 대선에서 득표율이 높았던 쪽은 진보 진영이었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56.7%(8만 9192표)를 얻어 박근혜 전 대통령(42.8%·6만 7319표)을 앞섰다. 2017년 19대 대선 역시 문 대통령이 59.1%(13만 886표)의 득표율로 절반 이상 표를 받았다.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7.8%(1만 7294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16.3%(3만 6073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4.5%(9929표), 심상정 정의당 후보 11.6%(2만5757표)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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