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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기후투자 울고 웃게 만든 섹터는?[ESG워치]

김경은 기자I 2024.01.18 15:36:39

청정 에너지 지수는 -20%, 그리드는 20% 이상 수익
해외 수주 잭팟 터지며 국내 전력기기 산업 '호황' 기대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지난해 기후 투자(Climate Investing) 펀드매니저들을 웃고 울게 만든 섹터는 재생 에너지였다. 태양광과 풍력은 고금리 여파로 20% 이상의 손실을 냈지만, 재생 에너지를 분배하는 ‘그리드(전력망)’ 섹터에서는 반대로 20%의 수익을 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나스닥 클린 에너지 스마트 그리드 인프라 지수(Nasdaq Clean Edge Smart Grid Infrastructure Index)’는 이튼 코퍼레이션(Eaton Corp), ABB, 슈나이더 일렉트릭 SE(Schneider Electric SE) 같은 그리드 기업 덕에 20% 이상의 수익을 기록했다.

글로벌 청정 에너지 관련 주식으로 구성된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 글로벌 클린 에너지 지수(S&P Global Clean Energy Index)’는 20% 이상 손실을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청정 전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그리드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지만, 현재 투자는 필요한 수요를 충족하기에 역부족이란 것이 분석가들의 대체적 결론이다.

주요 분석기관들은 2040년까지 그리드 확장이 녹색 전환의 필요를 충족시키려면 지난 20년 수준의 2배에 달하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 NEF는 그리드는 2050년까지 넷제로를 위해 적어도 21조4000억달러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라라 하임(Lara Hayim) BNEF 애널리스트는 최근 그의 연구 노트에서 “그리드가 에너지 전환의 운명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며, 현재 투자 부족으로 병목현상(bottleneck)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연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2030년 기준 필요량의 절반에 그쳐 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리드 투자가 밝은 지역은 미국이 꼽힌다. 미국의 전력망은 19세기 후반부터 지어져 노후화 수준이 높아 교체 수요가 필요하며, 청정 에너지 전환을 위해 신규 투자가 이뤄져야하기 때문이다.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법(IIJA) 등으로 교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또 올해는 자본 집약적인 녹색 투자를 어렵게 만들었던 금리가 하락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속가능 투자전략이 보다 조명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다만 석유산업에 대한 우려로 미국내 반(反) ESG 정서가 강한 공화당의 반대와 미국 대선이 미칠 영향에 대한 주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변압기, 송배전 등 전력기기 산업은 당분간 글로벌 경기 침체를 빗겨나 해외 수주를 중심으로 호황이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등 전력기기 3사의 합산 수주잔고는 지난해 3분기 기준 11조원을 넘어섰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에너지저장장치(ESS) 업계도 쾌재를 부르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올들어 미국과 영국에서 총 2355억원 규모의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공급 및 운영계약을 따냈다.

아울러 국내에서도 한국전력공사가 독점했던 전력망 사업을 민간에 개방한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3년 12월 4일 발표한 ‘전력계통 혁신대책’에서 송전사업자인 한전의 전력망 건설 방식을 다양화하고자 민간과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망 건설만 진행하던 것을 민간사업자가 사업수행주체로서 사업자금을 조달해 건설사업을 총괄하도록 하겠단 것이다. 한전이 재무적으로 어려움에 놓이면서 민간 기업의 자금조달을 통해 전력망 확충에 나선단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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