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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감산합의 ‘흔들’…과잉생산 우려에 '회의론' 확산

방성훈 기자I 2017.07.24 14:07:41

일부 산유국마저 회의적…에콰도르 "합의에서 빠지겠다"
WSJ "24일 정기 총회, 비판적 분위기…일부 산유국들 간 갈등"
“나이지리아·리비아 생산 확대 문제”…감산 동참 촉구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 주도로 이뤄진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가 일부 산유국들의 회의론으로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러면서 24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24개 산유국들 간 정기총회도 비판적인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OPEC 회원국들과 러시아, 멕시코 등 11개 비(非)OPEC 회원국들은 올해 1월부터 일평균 생산량을 기존보다 180만배럴 줄이기로 지난 해 말 합의했다. 나이지리아와 리비아는 내정 불안 등으로 예외를 인정받아 제외됐다.

하지만 이라크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일부 산유국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데다, 나이지리아와 리비아가 생산량을 대폭 끌어올리면서 국제 원유시장에는 공급 과잉 우려가 확산됐다. 실제 북해산 브렌트유는 나이지리아와 리비아, 미국의 원유 생산량 증가로 올 들어 15 % 하락했다.

이 때문에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장관 및 OPEC 의장은 지난 주말 내내 감산 합의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산유국 관료들에게 전화를 돌렸다고 WSJ은 전했다. 알 팔리 장관은 또 비OEPC 산유국 대표인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석유장관을 만나 감산 합의 지지 모임도 주재하기로 했다.

노박 장관은 이날 예외를 인정 받은 나이지리아와 리비아도 감산 합의에 동참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두 장관은 현재 나이지리아, 리비아와 이에 대해 논의 중이다. 하지만 나이지리아와 리비아는 정국이 안정화되면 생산을 제한하겠다며 여전히 감산 합의에서 배제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모하마드 바킨도 OPEC 사무총장은 “시장에서는 리비아와 나이지리아 원유가 더 많이 필요하다”면서 이번 회의에선 다뤄지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또 “재조정 과정이 예상보다 느린 속도로 진행될 수 있지만 잘 진행되고 있다”면서 “특히 하반기에는 석유 수요가 하루 200만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가속화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산유국들의 감산 노력에 따른 이익을 미국의 셰일 오일 생산업자들이 고스란히 챙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셰일 오일 생산을 더욱 늘릴 것으로 보여 시장은 물론 일부 산유국들 사이에서도 감산 합의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에콰도르는 석유 수출을 통한 수입이 필요하다며 더는 감산 합의에 매달리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선 현 수준보다 감산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산유국들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셰일 오일 생산을 더욱 늘려 산유국들의 점유율이 줄어들게 되면 감산 합의도 파기될 것이라고 시장에선 보고 있다. UBS의 지오반니 스타우노보 애널리스트는 “이번 회의에서 사우디의 목표는 다른 회원국들에게 감산 합의로 더 많은 이득을 보게 될 것이라는 점을 확신시켜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는 이라크와 UAE의 감산 이행률도 안건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JP모건에 따르면 이들 국가는 감산이 시작된 올해 1월부터 단 한 차례도 감산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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