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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급` 대형증권사, 하반기 리스크 요인은?

김재은 기자I 2020.07.03 15:22:04

한국신용평가, 증권사 정기평가 결과
1분기 실적 급감에도 신용등급 유지
2분기엔 개선되나 하반기 실적 변동성 지속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고전했던 증권사들이지만 신용등급은 전혀 변동되지 않았다. 특히 1분기 주가연계증권(ELS) 헤지 손실 규모 확대 등으로 전년대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대형증권사들은 하반기에도 실적 변동성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3일 일시적 변동성, 자본적정성 개선 계획, 정부의 관련 정책금융 시행에 따른 유동성 부담 완화 등을 감안해 대형증권사들의 신용등급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현재 자기자본 3조원이상의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메리츠증권,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가 평가대상이다.

현재 은행지주 계열중 NH투자증권(005940)과 KB증권, 삼성그룹내 삼성증권(016360)은 ‘AA+(안정적)’ 등급으로 가장 높고, 미래에셋대우(006800),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는 한 단계 낮은 ‘AA(안정적)’ 등급이다. 메리츠증권(008560)은 ‘AA-(안정적)’이다.

한신평은 그러나 올해 대형증권사의 실적변동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다만 1분기의 기저효과, 주요증시 회복을 바탕으로 2분기엔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2분기 이후 해외 대체투자 등 IB실적이 둔화될 전망이며 펀드투자 또는 판매에 따른 손익 영향은 일률적으로 비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계기업 발생으로 인한 자산건전성 저하 가능성도 우려 요인이다.

김영훈·이재우 한신평 연구원은 “대형증권사를 대상으로 (연결)영업용순자본/총위험액비율(NCR)을 중심으로 핵심 모니터링 지표(KMI)를 설정했다”고 밝혔다.

3월말 기준 연결영업용순자본비율이 등급 하향 가능성을 높이는 150%를 밑도는 증권사는 NH투자증권(141.9%) 한국투자증권(139.2%)이다. 미래에셋대우(155.1%)도 이 기준에 근접했다.

한신평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유동성, 우발부채 규모, 고위험자산 비중 등에 대한 모니터링 유인이 커진 상태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다만 유동성은 일시적 지표도 중요하나 은행계 증권사, 여신전문업체의 사례처럼 계열의 크레딧라인 확대, 유상증자 또는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인수를 통한 자본확충 등을 통해 대응된 사례도 많아 일률적 지표 적용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우발부채 규모도 보유채권의 매각이나 자기투자 등을 통해 조달된 유동성으로 대응된 사례도 있어 단순한 지표 도입이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한신평은 유동성 및 우발 부채 규모, 고위험 자산 비중 등 지표와 질적특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KMI를 지속 활용해 적극 모니터링하겠다는 방침이다.

다음은 한신평이 꼽은 증권사별 주요 모니터링 요소다 .

◇ “미래에셋대우, 해외 IB 등 모니터링 필요”

ELS 등 파생관련 손실로 자기매매와 운용실적이 위축됐음에도 불구하고 전년동기대비 투자중개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자산관리, IB분야 실적도 유지되면서 1분기 영업익 923억원, 당기순이익 647억원을 기록했다.

자기매매와 운용실적이 주요지수 회복세 등에 힘입어 회복가능성이 높고, 투자중개, 자산관리 실적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다만 대면접촉이 제한된 IB분야와 해외비중이 높은 비정형투자의 실적은 변동성이 예상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이외에 미국내 호텔투자 매도인 측인 안방보험과 계약 이행관련 소송이 진행중이다. 기지급 계약금 및 총 투자금액 규모가 이익창출력대비 작지 않은 만큼 향후 진행상황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계약금 회수가 불가하거나 손해보상 등이 발생할 경우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 “NH투자증권, 자본적정성 하락세”

NH투자증권(005940)은 업계 최상위 수준의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우수한 자본적정성을 지속해왔으나, 집합투자증권 및 자체헤지 파생결합증권 등 고위험자산을 적극적으로 취급해 자본적정성 지표가 과거 대비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장기화로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시장지위 및 재무위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사업안정성, 수익성, 자산건전성 등에 나타나는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 “한국투자증권, 익스포저 신용도 대비 과도”

한국금융지주(071050)의 주력 자회사로 다각화된 사업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으며, 제반 사업부문에서 상위권의 시장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우수한 영업기반을 활용해 높은 수익성을 시현해왔다. 그러나 위험투자가 빠르게 늘어나 자본적정성이 과거 대비 저하된 상황에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ELS 등 운용 및 투자부문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금융시장이 안정화되며 운용부문 손실이 일정 부분 회복되고, 리테일 및 IB 등 다각화된 사업부문에서 수익성을 보완하고 있어, 2분기 이후는 적자를 만회하고 수익성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현 수준의 위험 익스포저 규모는 자본적정성을 저해하고 높은 이익변동성을 야기해 한국투자증권의 신용도 수준에는 과도한 것으로 판단한다. 수익성 회복 추이 및 향후 위험투자 익스포저 및 자본적정성 관리 등을 모니터링할 것이다.
◇ “삼성증권, 자체 헤지 7.3조 최대…자본적정성 저하 여부 모니터링”

삼성증권(016360)의 사업지배력은 우수하나, 2020년 1분기에는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ELS/DLS 자체헤지운용 관련 파생상품 손실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93%(1326억원) 감소한 88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3월 말 운용손실 발생 가능성이 높은 자체헤지&원금비보장형 매도파생결합증권은 약 7조3000억원(자기자본 대비 155.1%)으로 증권사 중 가장 크다. 2020년에는 거래대금 증가로 투자중개 수수료가 확대되면서 IB부문 수익감소 및 자기매매 운용손실을 일정부분 상쇄할 전망이다.

다만, 사업영역의 확대로 우발부채, 집합투자증권이 크게 증가하면서 총위험액이 확대되고 있다. 자기자본 대비 우발부채 비중은 Peer와 유사한 수준이나, 증가 속도가 가파르고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부동산PF 신용공여 자산의 취급 비중이 확대됐다.

위험 대비 자본완충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영업용순자본/총위험액이 과거 대비 크게 낮아져, 예측할 수 없는 위험에 대한 적정 수준의 자본완충력 확보와 위험관리능력이 요구된다. 자체헤지 ELS/DLS 익스포져, 우발부채 및 집합투자증권 등 위험투자 익스포저 증가에 따른 자본적정성 저하 여부가 모니터링 요인이다.

위험투자 익스포저의 손실 발생위험을 적절히 통제해 우수한 자본적정성을 회복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 “KB증권, 해외 대체 IB딜 위축…실적변동성 모니터링”

KB증권은 초대형IB 중 세번째로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승인 받았다. 수신기능을 통해 추가 레버리지(자본 대비 200%)까지 운영자산 확대가 가능해지는 것은 영업기반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수신액을 활용한 수익창출, 투자 과정에서의 리스크 관리가 관건인 만큼, 향후 운용전략에 대해 지속적으로 검토하겠다.

2020년에는 코로나19확산으로 인해 국내 및 해외 증시 변동성이 높아지는 등 영업환경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어, 전년 대비 실적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직접 실사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해외대체투자 및 IB Deal이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1분기에는 해외 증시 급등락으로 인한 ELS 헤지운용손실, 라임 TRS 관련 손실 등으로 인해 순손실을 기록했다. 2분기 이후에도 비우호적 영업환경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실적변동성을 모니터링 중이다.

◇ “신한금융투자, 지속적 사고발생…리스크 관리 미비”

신한금융투자는 공격적인 경영전략 및 완화된 자본 규제에 맞춰 고위험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외화수익증권 투자와 대출채권, 우발부채 등 여신성 Exposure 확대 등의 영향이다. 후순위사채 발행, 유상증자대금 납입으로 인하여 일시적으로 자본적정성 지표가 개선되었으나 IB 및 대체투자 중심의 공격적인 영업전략이 유지된다면 자본적정성 지표가 추가적으로 낮아질 가능성도 존재하는 만큼, 위험인수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한편, 신한금융투자는 기존에 판매한 독일 헤리티지 DLS 신탁, 라임자산운용 펀드 중 상환이 지연되고 있는 금액의 일부를 선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동 선지급에 따른 손실액은 2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여, 이익창출능력 개선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저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자산판매에서 지속적으로 사고가 발생하고 있어, 상품판매 관련한 리스크관리가 미비한 것으로 판단한다. 상품판매로 인한 배상 등이 반복될 경우 수익성 및 자산건전성 저하 뿐만 아니라, 평판(Reputation) 하락으로 인해 영업기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리스크관리 능력에 대해 모니터링 진행 중이다.
◇ “메리츠증권, 위험 익스포저 축소 재무안정성 개선 신용도에 긍정적”

감독당국의 부동산 PF 관련 규제에 대응하는 한편 재무안정성 개선을 위해, 메리츠증권은 대출금 및 우발부채 등의 투자 익스포저를 점진적으로 축소해나가고 있다. 대출 및 신용공여 제공 등을 통해 신용 및 투자위험을 수반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IB 사업모델에서 인수 후 Sell-down 영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수익기반 위축가능성이 있으나, 부동산 익스포저 위험과 신용위험 경감을 통한 재무안정성 개선의 영향이 신용도에 더욱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투자자산의 감축 및 재무안정성 추이, 사업모델 변화로 인한 사업기반 및 이익창출력의 변화 등을 모니터링해 신용도에 반영할 것이다. 사업포트폴리오 전환 과정에서 사업경
쟁력 유지 여부, 위험 익스포저 감소에 따른 자본적정성의 개선 여부가 주요 모니터링 대상이다.

◇ “하나금융투자, 위험 익스포저 증가 이익변동성 확대 여부 관심”

보수적인 자산운용 및 리스크관리능력에 힘입어 이익변동성을 효과적으로 통제해 왔다.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자산관리와 IB부문에서 경쟁력을 보유해 사업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된 점도 이익구조 안정성 측면에서 강점이다. 다만, 코로나 사태의 지속으로 인해 주력 사업부문인 IB부문의 이익 감소가 예상되고, 운용부문의 변동성도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이다. 금융시장 내 잠재 변동성이 크고, 영업환경의 불투명성이 큰 상황으로 향후 수익성 추이에 대해서 모니터링하고 있다.

사업경쟁력은 우수하나, 위험 익스포저 증가에 따른 이익변동성 확대 여부가 모니터링 요인이다. 위험 익스포저를 적절히 관리하는 한편, 위험 익스포저의 손실 발생위험을 적절히 통제하여 우수한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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