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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휴학 장기화에…대학은 '휴학 승인' 만지작

김윤정 기자I 2024.03.26 15:07:51

강윤식 경상국립대 의대 학장 "내달 말까진 수업시작해야"
"사태 해결 안 되면 학생들 위해 휴학 허가할 수밖에 없어"
의대생 49%휴학계…의대협 "휴학 받아야, 미승인시 소송"
교육부는 집단휴학승인 '시정명령' 예고…"사태 봉합해야"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방침에 반발한 의대생들의 수업거부·집단 휴학계 제출 등 단체행동이 한달 이상 장기화하고 있다. 휴학계가 수리되지 않으면 등록금 증발·집단 유급 같은 피해가 발생하는 탓에 의대생들은 대학이 휴학계를 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교육부 눈치를 봐야 하는 대학들은 검토를 유보하고 학사일정을 조정해 학생들의 피해를 막아왔다. 이러한 가운데 학사 일정 조정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증원 갈등이 지속될 경우 의대생 휴학계 처리는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4일 대구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의대생 휴학으로 인해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월 말까지 미복귀 시 유급 불가피…휴학승인 검토할 수밖에”

강윤식 경상국립대 의대 학장은 26일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어느 시점이 되면 (학사일정 조정만으로도 한계가 있어) 수업을 재개하지 않으면 안 되는 때가 온다”고 말했다.

강 학장은 “그 시점을 4월 4주차로 보기 때문에 조금 남긴 했다”면서도 “여전히 문제(의대 증원사태)가 해결되지 않아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오지 않을 경우 유급이 불가피하다. 유급을 시킬 수는 없으니 휴학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강 학장은 SNS에 올린 글을 통해 “개강 연기나 압축 수업 등의 편법으로라도 더는 학사 일정을 미룰 수 없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그런 상황이 온다면 학장인 저로서는 학생들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휴학을 허가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이같은 의견을 같은 날 경남 진주 소재 경상국립대에서 진행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전달했다고도 했다.

경상국립대는 이번 증원 배분을 통해 현 76명 정원이 내년부터는 200명으로 늘어난다. 강 학장은 이 글에서 “학교와 병원 현장에 있는 교수들이 준비 없이 급격한 증원이 이뤄지면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없다고 일관되게 이야기하고 있다”며 “교육 준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씀하시는 교육부 입장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강윤식 경상국립대 의과대학 학장이 25일 SNS상에 올린 입장문. (사진=강 학장 페이스북 갈무리)
절반 휴학 의대생들 “대학, 휴학 승인해야…안 받으면 행정소송”

전국 의대 학생들은 정부의 의대 방침에 반발해 지난달 19일부터 수업 거부, 휴학계 제출 등 집단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교육부 집계에 따르면 의대생들의 ‘유효’ 휴학 신청 건수는 전날까지 총 9231건이다. 전체 의대 재학생(1만8793명) 중 49.1%에 해당하는 규모다. 해당 수치는 학부모 동의 등 요건을 갖춘 ‘유효 휴학계’만 집계한 결과인 탓에 실제로는 더 많은 의대생들이 휴학계를 내고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날에는 전국 40개 의대 학생 대표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이 의대를 운영 중인 40개 대학에 휴학계 수리를 요청하고, 수리하지 않은 학교에 대해서는 행정소송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현재 의과대학 강의실은 비어있다”며 “휴학계 제출·수업 거부로 인해 학생들이 유급될 경우 2025년 확대된 증원을 학교는 감당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제출된 휴학계가 현재 수리되고 있지 않다는 것은 교육부의 직권 남용 여부에 대해 추후 법적 다툼이 일어날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국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이 시작된 25일 대구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학사일정 조정 한계…장기화 시 휴학 ‘승인’ 검토할 수밖에

대학들은 이런 요구에 난색을 나타내고 있다. 교육부가 시정명령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교육부는 ‘동맹휴학’은 휴학 사유로 인정할 수 없다며 대학이 동맹휴학 목적의 휴학계를 승인할 경우 시정명령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2일에는 의대 운영 40개 대학에 공문을 보내 “대규모 휴학 허가 등이 이뤄질 경우 대학의 의사결정 과정·절차에 대한 점검 등이 이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등교육법상 보장된 교육부 장관의 대학 지도·감독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때문에 대학은 휴학계 수리 대신, 개강 연기 같은 우회적인 방식으로 학사 일정을 조정 중이다. 지역 A의대 관계자는 “일주일 단위로 개강을 미루고 있다”며 “매주 상황을 보고 연기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휴학계를 냈지만 공식적으로는 ‘방학 중’이기 때문에 공식 접수된 휴학계가 ‘0건’인 대학도 있다. 지역 B의대는 개강 이후 학생들의 휴학계 제출이 가능한데, 학사 일정 연기로 개강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학생들의 휴학계가 접수조차 되지 않은 것이다.

다만 이같은 방식도 한계가 있어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결국 대학 측도 휴학계 수리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 현행법을 고려하면 대학들이 개강을 마냥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고등교육법상 각 대학은 1학기 수업일수를 15주 이상 확보해야 한다. 의대생 단체행동의 장기화로 여름방학을 없애고 8월 말까지 수업한다고 가정하면 아무리 늦어도 5월 20일에는 수업을 시작해야 한다. 다만 의대 교수 상당수가 진료·강의를 병행하는 상황이라 이보다 한 달 앞선 4월 말이 현실적 마지노선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휴학계가 처리되지 않았음에도 개강 후 수업에 계속 나오지 않는 의대생들은 유급될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의 대학이 수업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는 학생에게 F학점을 부여하고 있어서다.

수도권의 의대 C교수는 “학생들의 수업 복귀 시점을 최대 4월 말까지로 보기 때문에 아직은 여유가 있다”며 “증원 사태를 하루빨리 해결해 학생들을 학교로 돌아오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 연건캠퍼스 내 의과대학 대회의실에서 의료계 관계자들과 의료 개혁 현안 논의를 위한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 정부에서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참석했고 의료계에서는 의대가 개설된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카톨릭대, 성균관대, 울산대 의대 총장과 서울대 병원장, 사립대학 병원 협회장, 의과대학-의전원 협의회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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