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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BMW 등 독일차 ‘배출가스 저감기술 담합’ 제재

강신우 기자I 2023.02.09 12:00:00

공정위, 4개사에 과징금 총 423억원 부과
연구개발(R&D) 담합 제재한 최초 사례
SCR 소프트웨어 ‘디젤게이트’ 발생 계기
“국제카르텔 ‘무관용 원칙’ 엄중 조치”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메르세데스 벤츠, 비엠더블유, 아우디, 폭스바겐 등 독일 경유차 제조사들의 배출가스 저감기술 담합 행위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423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9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이들 업체는 2006년 배출가스 저감기술(SCR)을 개발하면서 ‘질소산화물(NOx)을 항상 최대로 저감할 필요는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합의 내용을 바탕으로 요소수 분사량을 줄이는 소프트웨어를 도입해 제조·판매했다. NOx는 자동차 엔진이 연료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주로 형성되는 독성가스다.

SCR 시스템은 배출가스에 요소수를 공급해 NOx를 물과 질소로 정화하는 장치다. 요소수 탱크, 분사제어장치, 촉매전환기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 분사되는 요소수 양에 따라 NOx 배출량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요소수 분사 전략을 구성하는 것이 SCR 시스템의 핵심적인 기술로 알려져 있다.

당시 NOx 배출 허용기준에 대한 규제가 유럽연합(EU)과 한국에서 강화하는 추세였는데 업체들은 요소수 보충없이 차량이 주행할 수 있는 거리를 일정 수준으로 확보하기 위해 NOx가 과다 배출된다는 문제점에도 연비 등을 고려해 요소수 소비량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인식했다.

이러한 담합으로 NOx 저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요소수 분사전략을 연구·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했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의 행위를 보다 뛰어난 NOx 저감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경유차 개발 및 출시를 막은 경쟁제한적 합의로 판단했다. 상품의 종류와 규격도 경쟁의 한 요소라는 점에서 시장의 자유로운 경쟁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원칙이며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상품의 종류, 규격을 결정하는 것은 사업자의 혁신 유인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신동열 카르텔조사국장은 “이번 사건이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되는 것은 연비 등을 위해 다수 회사가 모여 합의하는 등 담합행위를 해 경쟁을 제한했기 때문”이라며 “개별 회사에서 각자 판단에 따라 요소수 양을 조절하는 행위를 했다면 위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사건의 합의 결과로 탄생한 ‘SCR 소프트웨어 기본 기능’은 비엠더블유를 제외한 3개사의 경유 승용차 배출가스 불법조작 사건(디젤게이트)이 발생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연구개발과 관련한 사업자들의 행위를 담합으로 제재한 최초 사례로 가격과 수량뿐만 아니라 친환경성도 경쟁의 핵심 요소로 인정해 친환경 상품에 대한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 국제카르텔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적발 시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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