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시간당 100㎜가 넘는 기록적 폭우가 쏟아졌던 서울 동작구의 전통시장인 남성사계시장은 10일 복구가 한창이었다. 곳곳에 쌓인 토사와 쓰레기, 시장 기물과 집기 등으로 길은 지나가기조차 어려웠다. 상인들은 망연자실하고 허탈해하면서도 물을 쓸고 기물을 닦는 손을 멈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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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과 가까운 쪽인 시장 ‘봄길’, ‘가을길’ 등 초입 구간은 상대적으로 지대가 낮아 피해는 주로 이 곳에 집중됐다. 시장 내 점포 곳곳에서는 입간판, 냉장고, 진열대 등이 물에 쓸려 내려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족발집 냉장고와 식재료, 금은방 진열대, 순대국집 입간판 등 점포와 업종 상관없이 온갖 기물들이 한 데 뭉쳐 더미를 이뤘다.
상인들은 가게 내에서 물을 쓸어내고, 간신히 살려낸 기물들을 정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냉면집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가게 앞에서 냉장고의 남은 육수 등을 정리하고, 그릇을 하나하나 물로 씻어내고 있었다. 박씨는 “이래서야 언제 장사를 다시 시작하겠냐”고 중얼거리면서 쉼없이 손을 놀렸다. 족발집을 운영하는 A씨는 “그저께 가게 냉장고가 물에 둥둥 떠 내려갔는데 그런 모습은 처음 봤다”며 “오늘은 또 그게 어디에 갔는지 모르겠어, 보이지 않는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고지대에 위치한 점포들은 영업을 하고 있었지만, 시장은 온전한 상태라고 할 수 없었다. 상인회 관계자는 “저지대, 지하와 골목 사이길 등의 점포들 피해는 정확히 파악이 어려울 정도”라며 “약 50% 정도만 오늘 영업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복구에 한창이기 때문에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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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상인과 상인회 관계자들 등은 빠른 복구를 위해선 구청 등의 지원과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용희 남성사계시장 상인회 사무국장은 “상인들 중에서는 기물 청소를 위해 큰 차량을 투입하고, 깨끗한 물을 끌어다가 쓸 수 있는 펌프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며 “구청 등 지자체 차원에서 컨트롤타워를 마련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적극적으로 대응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