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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토막 난 라임펀드…금감원, 내달 판매사 현장조사 나간다

유현욱 기자I 2020.02.14 15:00:48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 환매 연기·중단 사태와 관련 `합동 현장조사단`을 구성해 오는 3월 초부터 현장에 투입하기로 했다. 먼저 기관 검사에서 불법행위가 상당 부분 확인된 `플루토 TF(무역금융)` 펀드로 시작해 향후 조사 범위가 점차 확대된다.

금감원은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본원에서 이런 내용을 포함한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중간 검사결과와 향후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8월 검사에 처음 착수한 지 6개월여만이다.

김도인 금감원 부원장보는 “그동안 원활한 환매절차를 통한 신속한 피해자 구제 및 시스템리스크로의 확산 방지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대응해 왔다”고 강조했다.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본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중간 검사결과와 향후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검사 결과 라임자산운용이 고수익추구를 위해 투명성이 낮은 비시장성 자산에 투자함에도 만기 불일치 방식으로 펀드를 설계하고, 총수익스와프(TRS)를 통한 레버리지를 활용하면서 펀드의 유동성 위험이 크게 증가했음을 확인했다고 금감원은 전했다. 금감원은 “투자의사결정 과정에서 적절한 내부통제장치가 구축돼 있지 않아 운용역의 독단적 의사결정에 의한 위법행위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주요 위반 행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라임자산운용은 ‘테티스 2호’ 펀드에서 손실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플루토 FI D-1호’ 펀드를 통해 신용등급과 담보가 없는 메트로폴리탄 등 사모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을 취했다. 메트로폴리탄 등은 이렇게 들어온 자금으로 테티스 2호가 보유하던 부실 전환사채(CB)를 액면가에 사들였다. 플루토 FI D-1호 투자자가 테티스 2호 투자자 대신 손실을 떠안은 셈이다.

라임자산운용은 자본시장법상 제한된 자사 펀드 간 자전거래 대신 타사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펀드를 만드는 꼼수도 착안했다. 금감원은 포트코리아·라움자산운용를 검사한 결과 라임자산운용 지시에 따라 OEM펀드를 설정·운용해 사실상 자전거래에 가까운 불건전 행위가 있었음을 파악했다.

이들 OEM펀드는 라임자산운용 임직원들이 수백원대 부당이익을 챙기는 데도 악용됐다. 일부 라임자산운용 임직원들은 자신들만을 수익자로 둔 전용 펀드를 통해 OEM펀드에 가입하고 해당 펀드로 큰 이익이 예상되는 코스닥 법인 CB를 염가에 매수하기도 했다. 이 같은 행위는 직무와 관련해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한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게 금감원 판단이다.

금융감독원은 개인 투자자들이 관심을 둘 분쟁조정 절차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특히 검사결과 불법행위가 상당 부분 확인된 무역금융펀드는 신속히 분쟁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라임자산운용이 신한금융투자와 기획한 무역금융펀드는 해외 무역금융펀드 투자분 중 상당액이 부실로 청산 절차가 진행 중임에도 이를 판매사나 투자자들에게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7일까지 접수된 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총 214건(은행 150건, 증권사 64건)이며 이 중 무역금융펀드 관련은 53건이다.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이 이날 예상 손실 규모를 발표한 만큼 당분간 분쟁 신청이 급증하리라 내다보고 내부 금융민원센터에 라임자산운용 분쟁 전담창구를 운영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 라임자산운용은 작년 10월 말 기준 9373억원이던 플루토 FI D-1호 펀드 평가금액이 -46%, 평가액이 2424억원이던 테티스 2호 펀드는 -17% 수준으로 조정된다고 공개했다.

금감원은 현장조사 결과를 반영해 펀드 판매사에 대해 추가 검사를 예고하는 한편, 대신증권 반포지점 등 이상징후가 언론보도를 통해 인지된 경우 우선적으로 현장 검사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신증권을 통해 라임자산운용 펀드에 가입한 일부 투자자들은 이날 금감원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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