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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의자에 쪽잠도 불사…추석 '귀성전쟁' 스타트

권오석 기자I 2017.08.29 11:32:32

예매 첫날 아침부터 서울역 수백명 장사진
전날부터 밤새우고 가족 대신 나온 어르신들
온라인 예매 실패로 허겁지겁 현장으로

추석 열차표 현장 예매가 시작된 29일 오전 시민들이 서울역 2층 매표소 앞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 (사진= 권오석 기자)
[이데일리 권오석 윤여진 기자]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온 추석(10월 4일)을 앞두고 ‘귀성(歸省)전쟁’이 시작됐다.

추석 열차승차권 예매가 시작된 29일 오전 서울역. 예매 첫날인 이날 출근 시간도 되기 전 이른 시각부터 역 대합실에는 수백명의 시민들이 몰려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혼잡을 대비해 철도경찰대 경력과 코레일 경비 직원 등 10여 명이 현장 질서 유지에 동원됐다. 이들은 당일 추석 예매 인파와 뒤섞여 당황할 수 있는 시민들을 위해 특별 안내에 나서기도 했다.

◇첫날 열차승차권 예매 장사진… 낚시 의자까지 등장

오전 9시 예매 시작을 앞두고 서울역 2층 매표소에는 260여명(코레일 추산)의 시민들이 줄을 맞춰 매표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낚시용 의자를 직접 챙겨오기도 했고 역내 패스트푸드점에서 주전부리로 허기를 달래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이른 아침부터 기다린 탓인지 쪽잠을 청하기도 했다.

작은 아들이 있는 대구로 내려간다는 함봉순(75)씨는 “서울에 혼자 살아서 명절에는 작은 아들과 지내고 싶어 예매를 하려 새벽 4시에 집에서 나왔다”며 “몸이 불편해 왕복표를 끊어줘야 하는데 그렇게 해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함씨는 지난해 추석 때도 서울역을 찾았지만 편도만 예매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대기자 가운데에는 오전 6시부터 시작한 온라인 예매에 실패한 이들도 섞여 있었다. 부랴부랴 역으로 왔지만 줄이 길다며 발길을 돌린 사람들도 있었다.

오전 8시쯤 도착한 김문학(35)씨는 “이제껏 모두 온라인 예매에 성공했었는데 올해에는 실패했다”며 “부산행 승차권을 예매해야 하는데 1시간째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자취 중인 대학생 최지홍(20)씨는 “아침 5시 30분쯤 온라인 예매사이트에 들어가니까 접속자가 이미 1만명인 데다 접속 지연으로 잘 되지 않아 현장으로 나왔다”고 했다.

고향이 대구라는 김완순(26)씨는 “인터넷 예매에 실패해서 서울역이 가까워 와 봤는데 줄이 이렇게 길 줄 몰랐다”며 “여동생 표도 같이 끊으려는데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며 줄을 빠져나왔다.

코레일 경비 직원 이모(59)씨가 시민들에게 “승차권 구입 신청서를 미리써야 예매할 때 코레일 직원이 빨리 처리해준다”며 안내하고 있다. (사진=윤여진 기자)
◇예매 성공한 시민들 “홀가분하다”

오전 9시가 되자 9개소의 창구에서 일제히 매표가 시작됐다. 260여명(코레일 추산)의 시민들이 기다린 순서대로 차례로 매표를 했다.

성동구에 산다는 김모(66)씨는 “어제(28일) 오후 8시 30분에 와서 마산 시댁에 가는 딸과 사위 가족 등 4명 표를 대신 끊어주기 위해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었다”며 “아이들은 어리고 딸과 사위는 바빠 씻지도 못한 채 기다렸는데 예매를 마쳐 홀가분하다”고 웃었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왔다는 직장인 박모(47)씨는 “3일 시댁인 충북 오송으로 가서 5일 돌아오는 가족표 4장을 구하려고 왔다”며 “예매를 위해 회사에 하루 휴가계를 냈다”고 말했다. 박씨는 “오래 앉아 기다리느라 무릎이랑 다리가 불편하긴 하지만 가족표 모두를 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안내에 나선 코레일 경비 직원 이모(59)씨는 시민들에게 “승차권 구입 신청서를 미리써야 예매할 때 코레일 직원이 빨리 빨리 처리해준다”고 일러줬다. 당일 발매 줄로 잘못 선 시민들에겐 추석 명절 예매줄로 안내하기도 했다. 이씨는 “평소에도 질서 유지 업무를 하지만 오늘은 수백명이 몰리니까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지난 설에 비해서는 대기 인파는 상대적으로 적어보인다”며 “이제는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장 발매 인원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현장 예매는 오전 9시부터 오전 11시까지 경부·경북·대구선 등, 30일은 호남·전라선 등이 대상이다. 온라인 예매는 이틀간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코레일 홈페이지에서(www.letskorail.com)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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