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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장성에 막힌 K게임…판권 갈취 '짝퉁 게임' 또 발견

노재웅 기자I 2020.06.11 13:41:15

비주얼샤워 '블루스톤' 베낀 게임, 中서 버젓이 공개
"대형 게임사와 달리 중소업체는 저작권 대응 어려워"
그사이 국내시장은 중국산 게임이 매출 상위권 점령

국내 중소게임사 비주얼샤워의 모바일게임 ‘블루스톤’과 제목과 캐릭터, 게임 양식이 모두 같은 한 중국게임이 최근 내자판호 승인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앱소개 페이지 갈무리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최근 중국 정부가 승인한 내자판호 내역을 조사한 결과 국내 중소게임사가 공들여 개발한 게임을 그대로 베낀 ‘짝퉁 게임’이 판호(서비스 허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중단 사태가 장기화하는 동안 IP(지식재산권) 갈취와 무단도용이 성행하고 있어, 정부 차원의 대응이 시급해 보인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미디어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인 신문출판광전총국은 지난달 28일 60여개의 자국 게임에 대해 내자판호를 발급했다.

이번 내자판호 목록 가운데는 국내 중소게임사 비주얼샤워에서 지난 2017년 출시한 모바일 RPG(역할수행게임) ‘블루스톤’을 그대로 베낀 게임이 포함됐다. 상하이 퉁지대학 소속의 전자출판 회사가 퍼블리셔(서비스 업체)로 알려진 이 게임은 연내 서비스를 목표로 사전예약을 진행 중이다.

블루스톤은 최근 적자를 이어가는 비주얼샤워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사실상 유일한 히트게임이다. 외자판호가 3년째 막힌 상황에서 우회 경로를 활용하기 위해 저작권 협업을 맺었다가 중국 회사의 일방적 계약 파기로 게임이 넘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비주얼샤워 측은 이에 대해 “해당 사항에 대해 파악한 바가 없으며, 말씀드릴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블루스톤은 특히 지난 5월 서비스 플랫폼에 대한 디도스 공격으로 의심되는 해킹 사례가 발견되기도 했다. 회사 측은 해킹 공격을 받긴 했으나 계정 정보 등에 대해서는 안전히 보관됐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밝혀진 블루스톤의 문제 이전에도 파티게임즈의 ‘아이러브커피’를 비롯해 ‘미르의 전설2’, ‘애니팡’, ‘던전앤파이터’ 등 다수의 국산 게임이 IP 도용을 당해 중국 내에서 서비스된 바 있다. 대형 및 중견 게임사의 경우 장기간에 걸친 소송을 통해 게임에 대한 권한을 되찾고 손해배상을 받기도 하지만, 중소 게임사의 경우 손 놓고 당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김현규 한국모바일게임협회 수석부회장은 “대형 개발사들은 법무팀이 있어 저작권 문제에 비교적 잘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 개발사들은 저작권이 무엇인지에 관한 인식도 부족하다”면서 “알지도 못하고 당하는 사례가 많다.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 산하 디지털콘텐츠 상생협력지원센터(DC상생센터)나 콘텐츠진흥원 내 저작권보호원 등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내 판호는 나오지 않고 저작권만 일방적으로 침해당하는 와중에, 반대로 중국산 게임은 한국시장에 물 밀듯 들어오는 상황에 대해서도 업계 관계자들은 한숨을 내쉬는 형편이다. ‘라이즈 오브 킹덤즈’, ‘기적의 검’, ‘AFK 아레나’ 등의 중국산 게임이 현재도 장기간 매출 상위권을 기록 중이다.

김 수석부회장은 “우리는 중국에 게임 서비스를 하지 못하게 제도적으로 막혀 있는데, 중국은 한국게임 시장에서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면서 “특히 문제는 이들 중국 게임사가 한국에 법인 설립도 없이 선정적인 광고나 갑작스러운 서비스 종료 등을 남발하면서 이용자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문체부에서도 대리인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건강한 게임 생태계가 조성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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