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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째 기술수출 성공…‘연구개발’의 유한으로 환골탈태(종합)

강경훈 기자I 2019.07.01 12:05:51

베링거인겔하임에 비알코올성지방간염 후보물질 수출
1년새 4건 기술수출 성공하며 'R&D' 경쟁력 입증
반환의무 없는 '계약금' 1년새 1100억 벌어들여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유한양행이 4번째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유한양행(000100)은 1일 독일계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및 관련 질환 치료를 위한 GLP-1과 FGF21의 활성을 갖는 이중작용제 혁신신약 ‘YH25724’의 공동개발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규모는 8억 7000만 달러(약 1조 9억원)에 이른다.

NASH는 간에 지방이 쌓여 염증이 생긴 것으로 방치하면 간섬유화와 간경화로 진행된다. 이 질환은 비만이나 당뇨병 환자에게서 생길 확률이 높지만 아직 마땅한 치료제가 개발돼 있지 않다. NASH를 일으키는 원인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이다.

내장에서 만들어지는 GLP1과 FGF21에 모두 작용하는 이중작용제는 지방간염 해소와 항섬유화 진행을 막아 간세포 손상과 간염증을 줄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동물실험에서 GLP1과 FGF21이 결합하면 이런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이번 기술 도입으로 지방증, 염증, 섬유증 등 NASH의 3가지 핵심 요인을 모두 표적화하는 차세대 치료법 개발을 위해 포괄적 프로그램을 구축하게 됐다.

유한양행이 이번에 기술 수출한 신약후보물질은 제넥신(095700)의 약물 지속기술인 hyFc 기술이 접목된 융합단백질이다. 유한양행이 자체 개발한 단백질에 이를 접목하면 약효를 오래 지속시킬 수 있어 편의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기술수출은 유한양행으로서는 첫 바이오의약품 기술수출이면서 두 번째 NASH 신약후보물질 기술수출이다. 유한양행은 올해 초 미국 길리어드에 NASH 치료 후보물질을 7억 8500만 달러 규모로 기술수출한 바 있다. 당시 계약은 후보물질 명칭도 받기 전의 물질이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자사는 NASH 치료 후보물질 파이프라인 4종을 구축하고 있다”며 “이 중 2개를 기술수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링거인겔하임 측은 이번 기술도입으로 NASH의 R&D 포트폴리오를 보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헬 페레 베링거인겔하임 혁신사업 담당 이사는 “이번 협력으로 유한양행과 오랜 기간 유지한 협력관계를 확대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이를 바탕으로 NASH 환자를 위한 차세대 치료법에 한 단계 가까워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은 “심혈관대사질환 환자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베링거인겔하임과 함께 협력하게 되어 기대가 크다”며 “NASH 환자에게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약품 개발에 베링거인겔하임의 임상 전문 기술이 적용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기술수출로 유한양행은 계약금 4000만 달러를 받게 되고 단계적 기술료는 최대 8억 30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 상용화 이후 일정 비율의 로열티는 계약과 별도다.

한편 유한양행은 지난해 7월 미국 스파인바이오파마에 퇴행성디스크 치료제 후보물질을 기술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1년 새 신약후보물질 4종의 기술수출에 성공하면서 연구·개발(R&D) 강자로 올라섰다는 평가다. 유한양행은 그동안 ‘외국계 제약사들이 선호하는 제약사’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외국계 제약사에서 도입한 상품 매출이 60%를 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정희 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2015년 이후 R&D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유한양행은 자체 R&D 외에도 외부에서 유망 후보물질을 도입해 가치를 키우는 오픈 이노베이션도 적극 추진 중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뒤쳐져 있던 R&D 격차를 빠른 시일에 줄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한양행이 처음 기술수출했던 비소세포폐암 후모불질 ‘YH25448’과 퇴행성디스크치료제 후보물질 ‘YH14618’은 각각 오스코텍(039200), 엔솔바이오사이언스에서 도입 후 유한양행의 기술을 접목해 개발에 속도를 낸 뒤 기술수출에 성공한 바 있다.유한양행은 지난해 2건의 기술수출 계약 체결로 계약금만 5065만 달러(약 584억 원)를 벌어들였다. 올해 체결한 기술수출의 계약금 규모는 5500만 달러(약 634억원)에 이른다. 1년새 기술수출 계약금만으로 1년치 영업이익을 달성한 셈. 한 업계 관계자는 “유한양행의 잇단 기술수출 성과는 제약·바이오업계가 왜 R&D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며 “기술수출로 벌어들인 자금을 다시 R&D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 만큼 국내 제약업계의 성공 모델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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