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07편] 위기는 언제에 대한 이야기다

이성재 기자I 2019.12.26 14:59:58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우리 회사에 어떤 위기가 발생할 것인지도 모르는 회사가 있다. 위기관리 관점에서는 아주 초보적인 위기관리 마인드와 체계를 가진 회사다. 경영진이 모여 한번만 깊이 있는 고민을 해 보았더라면 최소한의 발생가능 위기에 대해서는 그림이 그려진다. 그런 단순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어느 정도 노력해 본 기업에서는 우리 회사에 어떤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리스트나 맵을 가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how) 그런 위기가 발생할지는 일부 모를 수 있지만, 어떤(what)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는 수준이다. 여기서 좀더 나아간 회사들은 해당 위기가 어떤 모습으로 발생될 수 있을 것인지에도 당연히 관심을 투입한다.

따라서,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그림을 그리는 곳들도 있다. 물론 어떤 방식으로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그 위기가 발생되지 않게 하는 방법도 고민하게 마련이다. 각각 그 방지책들을 구상하면서 고민과 고민을 거듭하는 기업은 수준이 상당한 기업이다.

어떤 위기가 어떤 방식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총체적 개념을 가지고 있을 뿐더러, 그에 더해 각각의 위기 시 회사가 어떤 방향과 프로세스를 가지고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방법론과 역할 배분까지 완성한 기업은 가장 수준 높은 기업이다. 이런 기업을 준비된 기업이라 부른다.

준비된 기업은 위기 발생에 있어 ‘언제(when)’라는 질문이 가장 중요하다 여긴다. 어떤(what) 위기가 어떻게(how)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 서 있고, 그에 대해 어떻게(how) 대응할 것이라는 계획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나머지 그 것이 언제(when) 발생할 것인지에만 일상적 관심을 집중하는 것이다.

이런 최상위 수준의 기업들은 항상 환경과 여론에 대한 모니터링의 긴장을 놓지 않는다. 일부 기업들에게 그러한 모니터링은 일선의 상시 단순 업무로만 여겨지지만, 최상위 수준의 기업에서는 해당 모니터링과 정보보고가 경영진의 주요 업무로 승격되어 있다.

중요한 환경 및 여론 모니터링 분석 결과가 일선실무자들끼리 주고받는 이메일에만 위치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진의 휴대폰에서 활발하게 실시간 공유되어진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경영진이 말그대로 정무감각을 가지고 환경과 여론을 바라볼 수 있기 위해서는 그런 일상적 모니터링 업무는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상시적 모니터링을 하고 있어야 위기나 이슈가 언제 발생할 것인지 미리 예측할 수 있다. 내부나 외부 조직의 민감성이 극대화되어야 위기나 이슈의 발아 과정에 대한 발견과 활발한 공유가 가능해진다. 이미 어떤 위기가 어떻게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모니터링은 더더욱 정교해지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끝없는 망망대해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구역을 설정해 해당 지역 바다의 파도와 움직임을 측정하는 것과 같은 다름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래야 효과적으로 해당 위기가 언제 발생할 것인지 예측할 수 있게 된다.

많은 실패한 위기관리 케이스를 보면, 위에서 이야기했던 많은 사전적 준비와 관심 그리고 투자들이 존재하지 않았거나, 부실했던 경우라는 공통점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사후에 ‘우리는 그런 위기를 상상도 못했다’라 이야기하게 된다. 일부에서는 ‘예상은 했지만, 그런 식으로 발생될지는 몰랐다’는 변명을 한다.

또 일부 기업은 ‘처음 경험해 보는 위기라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랐다’는 하소연을 한다. 이 또한 기존에 부실했던 관심과 고민 그리고 투자를 고백하는 의미로만 해석될 뿐이다. 위기가 발생한 뒤에 위기관리 방식을 고민하니 어려운 것이다. 위기 발생 이전에 위기관리 방식을 고안해도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 위기관리인데, 그런 준비가 없었으니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모든 것이 준비된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자. 평소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과 고민 그리고 투자를 지속적으로 기울여 보자. 어떤 위기가 발생할지. 어떻게 위기가 발생될지.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어떻게 위기관리를 해야 할지 미리 생각해보자. 이런 필요한 준비를 갖추고, 때를 모니터링하자.

언제를 알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그 언제를 제대로 넘길 수도 있게 된다. 이전의 많은 고민이 있었기 때문에, 위기로 이어지게 될 뻔한 기간을 좀더 제대로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이런 노력들이 하나 하나 제대로 이어져야 말 그대로 위기관리라는 것이 되는 것이다. 이렇듯 위기관리는 하루 아침에 뚝 닥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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