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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의 달라진 경기 인식…'성장세 둔화' 인정

박종오 기자I 2016.12.08 13:18:11
[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정부가 경기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불과 한 달여 전만 해도 ‘성장률 절벽’ 전망을 강력하게 부인했지만, 성장세 둔화를 인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정부가 목표했던 2.8% 성장률 달성도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주환욱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8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최근 경제동향’ 브리핑에서 “지난 9월 이후 최근 정치 상황, 미국 대선 결과, 갤럭시 노트 7 단종, 철도 파업 등 경기 하방 요인이 중첩되는 모습”이라며 “당초보다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정부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주요 경제 연구기관 등이 내놓는 진단과 비슷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전날 발간한 ‘2016년 하반기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 증가세가 둔화하고 수출 부진도 지속하면서 성장세가 약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성태 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올해 4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0% 정도로 둔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분기 0.5%(이하 전기 대비)를 기록하고 2분기 0.8%, 3분기 0.6%로 둔화했다. 4분기 성장률이 0%까지 내려가면 2008년 4분기(-3.3%) 이후 8년 만에 바닥으로 곤두박질하는 셈이다.

불과 한 달여 전까지 정부는 이 같은 성장률 급락 전망에 선을 그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0월 20일 “4분기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올해 4분기 ‘성장률 절벽’ 전망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도 10월 말 기자 간담회에서 “정부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인 2.8% 정도는 무난히 갈 수 있다”고 낙관했다.

하지만 이후 ‘최순실 게이트’ 등 예기치 못한 악재가 겹치며 시각이 급격히 어두워진 것이다. 다만 주 과장은 “최근 정치 상황 등 일시적 하방 요인이 확대되면서 성장세가 다소 둔화한다고 보고 있지만, 4분기 성장률이 0%까지 갈 것인가는 좀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지난 6월 정부가 내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2.8%가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하방 요인이 확대됐다. 그렇게만 말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함께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내놓은 전망치는 3.0%였다. 그러나 KDI(2.4%) 등 국내 경제 연구기관 중 내년 성장률을 3.0%로 예상하는 곳은 현재 단 한 곳도 없다. 주 과장은 “연구기관이 내는 전망과 정책당국이 내는 전망, 정책 방향은 다를 수 있다”며 “이달 중 발표하는 경제정책방향에 구체적인 전망치를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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