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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패잔병?”…첫 희망퇴직에 이마트 노조 ‘반발’

김정유 기자I 2024.03.26 15:01:15

26일 성명서 내고 “이마트 현실 참담해”
“자기반성 없어” 경영진에 강도 높은 비판
반등 노리는 이마트, 노사분쟁에 우려감↑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이마트(139480)가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가운데 한국노총 전국이마트노동조합(이하 노조) 측이 “우리를 패잔병 취급을 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경영진이 냉철한 자기 반성 없이 근로자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갈 길 먼 이마트에 노사 분쟁의 불씨까지 드리우면서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마트 매장 전경. (사진=이마트)
이마트 노조는 26일 성명서를 내고 “신세계를 국내 11대 기업으로 성장시킨 이마트 사원들이 이제 패잔병 취급을 받고 있다”며 “백화점의 존재감이 미약할 때 이마트라는 할인점의 성공으로 그룹을 키워 온 사원들에게 이제 나가주길 바란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마트는 지난 25일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 신청 공고를 개시했다. 이날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CEO메시지를 통해 “무거운 마음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게 됐다”며 “새 도약을 위한 이번 조치를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전했다. 대상자는 근속 15년 이상, 과장급 이상 전직원이다.

노조는 “산업이 전환되는 시점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시장은 선도하지 못한채 여기저기 쫓아 다니다 ‘닭 쫓던 개’와 유사한 상황이 됐다”며 “작년에 이자 비용만 4000억원 가까이 지급하는 이마트의 현실이 참담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 온 한채양 대표는 업의 본질을 이야기 하더니 결국 회사의 미래에 대한 뚜렷한 비전 없이 인건비 줄이고 재무를 건드는 것 외 보여준 것이 없다”며 “온라인이 미약할 때 ‘유통 1등’이라는 노스텔지어에 취해 변화에 둔감하고 조직문화는 후진적이다 못해 관료화 돼 있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사측이 냉철한 자기 반성과 분석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주변 경영진을 겨냥한 뼈 있는 말도 건넸다.

노조 측은 “이 엄혹한 시절에 본인은 회장님 되시고 직원들은 구조조정 하는 현실을 우리는 어찌 받아들여야 할까”라며 “벌거벗은 임금님에 간신들이 난무하는 회사에 아무리 핵심성과지표(KPI)를 바꾼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고 강조했다.

또한 노조는 이번 희망퇴직 시행과 관련해 “정말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진행되고 희망을 줘야 할 조건이 돼야하며 그 이전에 이마트가 희망이 있는 회사 임을 고객들과 시장,사원들이 공감 할수 있도록 경영하길 우리 교섭대표 노조는 강력히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46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직원 수도 2019년 6월 말 2만5000여명(점포 158개)에서 2022년 말 2만3000여명(157개), 작년 말 2만2000여명(155개)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올해 정용진 회장을 중심으로 반등의 기회를 살려야 하는 이마트로선 노사간 잡음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특히 처음 시행되는 희망퇴직이다보니 노조가 느끼는 당황스러움과 혼란함이 더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마트 측은 “첫 희망퇴직이어서 전체적으로 다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앞으로 노조뿐 아니라 직원들 한명 한명의 목소리를 잘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희망퇴직자들에게도 합당한 보상 및 전직 지원을 진행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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