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으로 수출된 '바이든노믹스'…"실패시 유로존 위기 재발 우려"

방성훈 기자I 2021.05.04 13:34:50

바이든式 재정확대,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매김
伊, 300조 투입해 인프라 투자 강화한다
“유럽 미래, 伊드라기에 달렸다…실패시 빚만 남을 것"
"성공시 새로운 선례…弱경제 EU재정 투입 강화할 듯"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주도 대규모 재정부양책이 글로벌 정책 추세로 자리 잡으면서 남유럽 지역이 시험대에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바이든노믹스가 경제적으로 취약한 남유럽 국가들에 뿌리를 내렸다. 10년 전 재정위기로 큰 타격을 입었던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이 또 한 번 재정적자를 겪는 상황에서 경제 개편을 위해 대규모 지출을 계획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WSJ은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를 비롯한 각국 지도자들은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가 경제 성장을 지속 견인할 수 있다는데 베팅하고 있다. 만약 이 도박이 통하지 않는다면 이들 국가는 다시 한 번 세계 최고 수준의 부채비율을 기록하며 유로존 전체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이들 국가가 수 년 간 혁신적 투자가 거의 없었던 빡빡한 예산을 집행해왔던 만큼, 한 세대에 한 번 찾아올 법한 경제 활성화 기회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바이든式 대규모 재정지출 좇는 伊·스페인·그리스



드라기 총리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위기에 처한 이탈리아 경제를 살리겠다며 지난달 말 2215억유로(한화 약 300조원)를 투입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유럽연합(EU) 경제회복기금 지원을 통해 초고속 열차, 친환경 에너지, 공공시스템 디지털화 등에 2215억유로의 자금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재원은 이탈리아 자국 예산 300억유로와 EU가 올해부터 2026년까지 5년에 걸쳐 이탈리아에 제공하는 회복기금 1915억유로다. EU 경제회복기금은 지난해 EU 정상들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극복을 위해 조성한 7500억유로 규모의 경제회복펀드다.

이탈리아 지도자들은 1990년대 이후 빡빡한 예산을 운영하며 경제회복을 위해 고군분투했으나 지난 25년간 이탈리아 경제성장률은 1%를 넘긴 적이 없다. 201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로존 재정위기를 겪으며 한 번도 완전하게 경제가 회복된 적이 없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엔 성장률이 마이너스(-)8.9% 뒷걸음질치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올해는 기저효과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팬데믹 이전 경제 규모를 회복하려면 2∼3년 더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탈리아의 이런 움직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격적인 재정 부양책, 인프라 투자로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피해를 복구하는 것을 넘어서 향후 수 년간 성장을 개선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과 일맥 상통한다.

리스크 컨설팅회사 유라시아그룹의 페데리코 산티 애널리스트는 “이번(코로나19로 촉발된 경제위기 극복)에는 재정긴축보다 경제성장이 필요하다는데 광범위한 합의가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드라기 정부는 이번 재정지출 확대로 GDP 기준 2022∼2026년 연평균 1.4% 이상의 추가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6년만 보면 3% 이상의 추가 성장이 목표다.

“유럽 미래, 伊드라기에 달렸다…실패시 빚만 남을 것”

금융시장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향후 2~3년 동안은 저금리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유럽 국가들을 위한 가능한 모든 지원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후 통화정책을 정상화하기 시작하면 높은 부채가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된다.

이탈리아 재무부 수석 경제연구원 출신 경제학자 로렌조 코도그노는 “가장 큰 위험은 이 같은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가 국가 성장 능력을 증대시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몇 년 동안만 GDP를 자극하고, 이후엔 높은 수요에 따른 영향이 줄어들고 성장률도 다시 낮아질 것이다. 하지만 부채 비율은 훨씬 더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WSJ도 “이탈리아 부채비율은 GDP 대비 156%까지, 그리스는 전 세계에서 일본 다음으로 높은 206%까지 각각 치솟았다. 하지만 그리스 부채는 유로존 국가들의 구제금융 형태로 수년간 상환해야 할 필요가 없다. 이에 따라 만약 추후 유럽에서 다시 한 번 부채 위기가 불거진다면 이탈리아에서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며 “유럽의 미래는 또다시 드라기 총리의 성과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의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한다면, 남유럽 국가 지원에 대한 EU 재정 규정과 관련해 북유럽 국가들의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성공을 거둔다면 EU의 집단적 힘을 사용해 약한 경제에 재정을 투입하라는 요구가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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