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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공항 건설 반대의견, 정부가 은폐·조작"

정다슬 기자I 2016.11.15 11:22:18

이정미 정의당 의원
"국책연구기관 의견 5개월만에 반대→찬성으로"
"국토부, 전략환경영향평가 조작"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정부가 흑산도공항 건설 추진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 등 관련 보고서를 조작하거나 은폐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15일 “환경부가 국책연기관이 국립공원인 흑산도에 공항건설을 반대하는 의견이 나왔음에도 이를 은폐했으며 국토교통부 역시 보고서를 조작하면서까지 이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흑산도 공항은 우리나라 최초 소형공항으로 2020년 개항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흑산도공항이 들어서면 서울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안에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국립공원에 들어서는 데다 흑산도가 주요 철새도래지인 만큼 환경파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고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반려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지난해 말 국토부가 3개월에 거쳐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보완하고 환경부가 받아들이면서 비로소 공항 설립 추진이 본격화됐다.

그러나 이 의원에 따르면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과 철새연구센터, 국립환경과학원은 2015년 4~5월 철새보존과 비행기와 새의 충돌에 의한 안정성 문제, 예비타당성의 비현실성 등을 이유로 들어 흑산도에 공항을 건설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불과 5개월도 되지 않아 같은 해 11월 이들 국책연구기관의 입장은 반대에서 찬성 입장으로 바뀌고 전략환경영향평가가 통과됐다.

KEI는 2015년 4월 보고서에서 “현재 흑산도의 양호한 생태현황과 다양한 법정보호종의 서식지로서의 가치, 그리고 주요 철새도래지 및 경유지로서 아시아 멸종위기종 보존을 위한 중요성을 고려할 때 흑산도에 공항을 건설하는 본 계획의 입지 적절성은 재검토되어야 함”이라며 “예비타당성 조사결과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하지 않으며 분석과정 및 사업 타당성의 확보도 결여되었고, 적절한 수단 대안 검토 결여 등으로 사업의 적절성을 재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함”이란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2015년 11월에는 “평가서에서 가장 최적안으로 제시된 제3안의 입지를 신중히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함”이라고 찬성 입장을 제출했다.

철새연구센터 역시 첫 보고서에서는 “① 조류서식 빈도 높음 ② 갈매기 등과 항공기 충돌 우려 높음 ③ 초지에 많은 참새목조류 서식 등의 문제를 들어 입지가 부적절하다”고 협의 의견을 제출하였다. 그러나 11월에는 대체서식지 등의 필요성 등의 의견을 개진하면서 찬성 입장을 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경우에도 “흑산도 예리지역은 공항입지로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며, 다른 지역으로 입지를 변경할 필요가 있음.”이라는 당초 입장 대신에 모니터링강화, 항공기와 조류 간의 충돌 최소화 방안을 제시하면서 찬성입장으로 돌아섰다.

국토부가 철새연구센터에서 ‘부적절’하다고 밝힌 의견을 ‘적절하다’는 의견으로 변조해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조작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철새연구센터는 “공항입지 대상지인 ‘예리언덕’은 철새가 많이 도래하고 조류-항공기 충돌위험이 높은 지역이라 ‘부적절 대상지’로 자문했으나 철새이동경로 단절영향이 적은 최적입지로 검토돼 사실과 다른 게 평가내용이 정리됐다”며 검토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국립공원에 건설되는 흑산도공항은 오는 18일 국립공원위원회에서 환경성, 경제성 등에 대한 첫 심의를 받는다. 그러나 이 의원은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부적합하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최초 반대의견들은 고의로 빠뜨리고 찬성의견만 국립공원위원회 위원들에게 제공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해당 안건상정은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공원위원회는 환경부 차관이 위원장이며, 국토부 등 당연직 정부관계자가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의원은 “국책연구기관들의 의견이 5개월 만에 반대에서 찬성으로 입장이 바뀐 사유와 국토부와 환경부의 조작과 은폐에 대해서 감사원 감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철새연구센터 (국립공원관리공단) 검토의견 [이정미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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