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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 ‘9조 투자’ 석유화학 설비 늘리는 이유는?

박순엽 기자I 2022.11.17 16:05:32

석유화학제품 연간 최대 320만톤 생산 계획
석유화학 사업 비중 현재 12%→2030년 25%
“사업 다각화로 수익 구조 안정화할 수 있어”
에너지 전환 정책도 영향…긍정적 전망 나와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에쓰오일(S-OIL(010950))이 9조2580억원(70억달러)을 들여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석유화학 설비를 추가로 구축하는 이른바 ‘샤힌(Shaheen)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지난 2018년 40달러 규모의 석유화학 복합설비(RUC&ODC)를 구축한 1단계 석유화학 프로젝트의 후속 사업이다. 에쓰오일은 이를 계기로 석유화학 사업 비중을 점차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에쓰오일은 17일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방한을 하루 앞둔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고 2단계 석유화학 확장 프로젝트인 ‘샤힌 프로젝트’ 투자 안건을 최종 의결했다. 샤힌은 ‘매’를 뜻하는 아랍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에쓰오일의 대주주인 아람코의 최대주주다.

에쓰오일 측은 “나프타·부생가스·잔사유 등 저부가가치 원료를 고부가가치 화학제품으로 개선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에쓰오일(S-OIL)의 석유화학시설(ODC) 전경 (사진=에쓰오일)
이번 샤힌 프로젝트는 울산에 세계 최대 규모의 스팀 크래커 등 석유화학 설비를 구축, 에쓰오일의 석유화학 사업 비중을 늘리는 게 목표다. 스팀 크래커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와 부생가스 등 다양한 원료를 투입해 에틸렌·프로필렌·부타디엔·벤젠 등 석유화학 기초유분은 물론, 플라스틱을 포함한 합성 소재의 원료로 쓰이는 폴리에틸렌도 생산할 예정이다.

에쓰오일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스팀 크래커 시설과 TC2C(원유를 석유화학 물질로 전환하는 기술) 공정을 건설하면 연간 최대 320만톤(t) 규모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르면 현재 생산물량 기준 12%인 에쓰오일의 석유화학 사업 비중은 2030년 2배 이상인 25% 수준으로 확대된다.

에쓰오일은 이처럼 석유화학 사업 비중을 늘리면 정유 사업에 치우친 사업 구조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샤힌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국제 유가 흐름에 따라 변동성이 큰 정유사 특유의 수익 구조를 탈피하고, 석유화학 사업 등으로의 다각화를 통해 수익 구조를 안정화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에쓰오일의 판단이다.

현재 다른 국내 정유사들도 이와 같은 이유로 석유화학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앞서 GS칼텍스는 지난 11일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2조7000억원을 투자해 전남 여수 제2공장에 올레핀 생산시설(MFC)을 완공했다. 현대오일뱅크도 최근 중질유 기반 석유화학 설비인 HPC를 준공해 석유화학 제품 기초원료인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생산하고 있다.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 공정 흐름도 (사진=에쓰오일)
또 에쓰오일을 포함한 정유사들이 비(非) 정유 사업으로의 다각화를 추진하는 배경엔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정책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탄소중립 등 각국 에너지 정책들로 석유제품 시장 규모는 언젠가는 축소할 것”이라며 “정유업체들이 정유 사업이 아닌 다른 사업으로의 다각화를 준비하는 건 필수불가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샤힌 프로젝트 등 에쓰오일의 사업 다각화 시도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샤힌 프로젝트 완공 시점에 세계 화학 수급 상황이 양호한 데다 연료유 대비 수요 성장성이 큰 석유화학 비중이 확대되는 점을 고려하면 에쓰오일이 계획한 방향은 합당하다는 판단”이라고 전망했다.

후세인 알 카타니 에쓰오일 최고경영자(CEO)는 “에쓰오일 발전을 위한 대장정의 첫발을 내딛게 됐다”며 “한-사우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주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에쓰오일의 경험, 임직원의 뛰어난 전문성을 통해 샤힌 프로젝트가 석유화학으로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업계를 선도하는 에너지 효율성을 달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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