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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여성 숭배하고 밤엔 강간" 인도 코미디언 발언 일파만파

피용익 기자I 2021.11.18 13:42:24

비르 다스, 미국 공연서 인도 사회 이중성 비판
"국가 이미지 훼손" vs "시원한 발언" 여론 갈라져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인도의 한 코미디언의 발언에 인도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인도의 가장 민감한 사회 이슈를 미국인들 앞에서 언급해 국가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선 인도 사회가 갖고 있는 이중성을 제대로 짚었다며 그의 발언을 옹호하고 있다.

17일(이하 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인도 코미디언 비르 다스는 지난 12일 미국 워싱턴 DC의 존 F 케네디센터에서 인도의 이중성을 고발하는 모노로그 ‘나는 두 개의 인도에서 왔다’를 선보였다.

다스는 “나는 낮에는 여성을 숭배하고 밤에는 여성을 집단 강간하는 인도에서 왔다”고 했다. 인도인들이 두르가, 락시미, 사라스와띠 등 여신을 숭배하면서도, 강간 범죄가 만연한 이중적인 면을 빗댄 것이다. 최근 인도에서는 16세 소녀가 400명으로부터 강간을 당했다는 폭로가 나와 인도 사회가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그는 또 “나는 채식주의에 자부심을 가지면서도, 채소를 재배하는 농민들을 차로 깔아뭉개는 안도에서 왔다”고 했다. 지난달 농업개혁법에 반대 시위에서 최소 8명이 연방정부 관련 차량에 치어 숨진 사건을 언급한 것이다. 인도는 종교나 신분 등의 이유로 채식을 하는 사람이 흔한 나라로 꼽힌다.

지난 15일 다스의 모노로그가 유튜브에 공개되자마자 조회수는 8만5000건에 달했고, 트위터에는 그와 관련된 6만여개의 트윗이 게재됐다.

다스의 발언을 둘러싸고 인도 사회에서는 여론이 분열되고 있다. 인도인들에게 망신을 줬다는 비판이 있는가 하면, 인도 사회의 문제를 시원하게 꼬집었다는 의견도 맞선다.

인도 집권 바라티야 지나타당의 법률고문인 아슈토쉬 두베이는 16일 다스의 “선동적인 발언”을 문제삼으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인도 영화 감독 아쇼크 팬디트는 “다스를 즉시 체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비해 야당 의원인 샤시 타루어는 다스의 모노로그에 대해 “수백만명을 대변했다”며 “스탠드업 코미디언의 진정한 의미는 육체적인 것이 아니라 도덕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야당 의원 카플리 시발도 다스를 옹호하면서 “우리는 편협하고 위선적이다”라고 반성했다.

논란이 확산된 가운데 다스는 트위터에 “매우 분리된 두 개의 인도에 대한 풍자”라며 “어느 나라에나 빛과 어둠이 있고 선과 악이 있듯이 이것은 비밀이 아니다”라고 썼다.

비르 다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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