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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진청, 한우 사육기간 31→28개월 단축기술 개발…‘질·양·맛 그대로’

김형욱 기자I 2018.10.04 11:00:00

생산비용 마리당 23.5만원 절감 가능
수입 소고기 가격 경쟁력 확보 기대
사료회사·생산자협회 통해 보급 확대

한우 농가에서 소들이 사료를 먹는 모습. 농촌진흥청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농촌진흥청(농진청)이 육질·육량과 맛을 그대로 유지한 채 한우 사육기간을 기존 31개월에서 28개월로 3개월 줄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우 농가에 실제 적용한다면 생산비를 줄여 수입 소고기와의 가격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농진청은 육성기(6~14개월), 비육기(15~28개월) 사육 단계마다 단백질과 영양소 함량을 정밀 조절하는 방식으로 비육 기간을 3개월 줄이는 한우 사육기술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현재 한우 비육우 평균 출하월령은 31.2개월이다. 높은 소고기등급을 받기 위해선 마블링(근내지방도)을 키워야 하고 1+에서 1등급 수준의 소고기가 되려면 이 정도는 필요했다.

사육기간이 길다 보니 수입 소고기와의 가격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졌다. 미국 비육우 출하월령은 16~22개월, 일본산 와규도 28.8개월이다. 사료비만 해도 미국산 소고기보다 1.7배 더 들어간다. 한우 비육우 한 마리는 평균 780만4676원(지난해 기준)인데 이중 37%인 287만원이 사료비로 나갔다. 자연스레 한우와 수입 소고기와의 가격 격차는 지난해 한우 등심 기준 5.1배까지 벌어졌고 국산 자급률도 2013년 50.1%에서 2017년 41.0%로 4년 새 9.1%포인트 내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가격 격차 확대에 따른 자급률 하락을 막고자 쇠고기 등급기준에서 마블링 기준을 완화한 축산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내놓고 내년 7월부터 적용키로 했다. 이 역시 평균 출하월령을 31.2개월에서 29개월로 2.2개월 줄일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 역시 소고기 등급기준 개편을 간접 지원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우와 수입 소 사료비 비율 비교. 농촌진흥청 제공


농진청은 특히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육질과 육량은 물론 맛도 이전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이 28개월 한우를 도축 후 육량·육질을 분석한 결과 31.1개월 한우 성적과 비슷했다고 전했다. 28개월짜리 한우는 도체중 446㎏, 근내지방도 5.9였고 기존 31.1개월 한우는 443.6㎏, 근내지방도 5.8이었다. ‘전자 혀’를 통한 맛 분석과 전문가 시식에서도 단맛과 감칠맛, 풍미 면에서 차이가 없었다.

농진청은 이 기술을 적용하면 한 마리당 생산비용을 23만5000원 정도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거세한우 약 40만마리 전체에 적용하면 한 해 936억원 가량이다. 소비자 가격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또 내년부터 시행하는 소고기 등급제 마블링 기준 완화

농진청은 이 기술을 특허출원하고 사료회사인 천하제일사료·단풍미인한우 등에 이전했다. 전국한우협회 등 생산자단체와 보급 확대방안도 논의 중이다. 직접 사료를 만들어 쓰는 농가를 위한 매뉴얼도 보급 계획이다.

양창범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축산원) 원장은 “한우 고기 품질을 높이고 생산비용은 낮추기 위한 연구를 통해 소고기 자급률을 높이고 수출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새로 개발한 28개월 단기 비육 프로그램 주요 내용. 농촌진흥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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