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지금보다 더 고조될 경우 러시아 증시가 ‘리먼 모멘트’(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미국 금융시장이 붕괴된 것)를 맞을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알렉산더 칸타로비치 JP모건체이스 러시아 리서치담당 대표는 29일(현지시간) 투자 보고서를 통해 “우크라이나 상황이 지금보다 더 크게 악화된다면 러시아 시장은 과거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와 같은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상황이 될 경우 러시아 증시는 지금 수준에서 반토막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 증시 대표 MICEX지수는 올들어 지금까지 6.6% 하락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국가들이 2조달러 규모의 러시아 경제를 겨냥해 추가 제재안을 내놓았던 지난 7월 증시 하락률도 지난 2012년 이후 가장 큰 폭을 기록했다.
앞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MICEX지수는 67% 추락한 바 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30대 주요 국가 증시 대표 지수 가운데 가장 큰 하락률이었다. 그리고 다음해인 2009년에는 120%나 급반등했다.
다만 칸타로비치 대표는 지난 2008~2009년 당시와 현재 상황은 크게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의 대표 수출품목인 원유 가격이 상승하지 않고 있는데다 경제 위축세도 당시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JP모건체이스는 러시아 증시에 대한 투자를 줄이라고 권고했다. JP모건은 “현재 시장은 러시아가 신속하고도 손쉬운 해법을 내놓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에 베팅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상황은 좋아지기 전에 지금보다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