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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aily리포트)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데..

김춘동 기자I 2004.03.31 18:18:50
[edaily 김춘동기자] 출자총액규제 개선안을 놓고 정부가 또다시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사불란으로 대표되는 이헌재 부총리의 리더십에 다소 문제가 생긴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출자총액규제를 둘러싼 경제부처 내부의 속사정을 경제부 김춘동 기자가 들여다 봤습니다. "출자총액제한제도에 대한 정부의 원칙은 `시장개혁 3개년 계획`에 따라 가되 이 제도가 기업의 실질적인 투자활동에 제약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25일 이헌재 부총리) "출자와 투자가 엄연히 다른 개념인데도 재계는 물론 정부 내에서조차 그 차이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26일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 출자총액규제를 두고 정부 부처간 입장차가 표면화되고 있습니다. 이헌재 부총리가 "출자규제가 투자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하자 산업자원부는 대형 투자프로젝트에 한해 건별로 출자규제 예외적용을 검토하겠다며 거들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공정위는 `시장개혁 로드맵대로 간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재경부와 산자부의 규제완화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특히 강철규 공정위장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아 보입니다. 강철규 공정위장은 26일 두 곳의 언론사와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통상 위원장 인터뷰 약속은 수주 전에 잡히기 마련인데 이날 인터뷰는 갑작스레 이뤄진 모양입니다. 하루에 언론사 두 곳과 인터뷰를 한 것도 이례적입니다. 공교롭게도 전날(25일) 재경부는 출자총액규제 완화방안을 포함한 `고용창출형 창업지원`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물론 이날 발표된 내용들은 공정위와도 사전협의가 이루어진 사항들입니다. 강 위원장은 한 곳과의 인터뷰에서는 "기왕 예외로 인정하는 바에야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며 규제완화를 통해 투자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반면 다른 한 곳과의 인터뷰에서는 사뭇 다른 입장을 보였습니다. "대기업 분사기업의 경우 3년간 부당지원 규정을 배제해 주겠지만 모든 내부거래를 용인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이는 전날 재경부의 정책발표 취지를 뒤집는 발언이었죠. 강 위원장은 덧붙여 "정부내에 출자와 투자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지적(?)으로 출자규제 완화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출자총액규제 개선방안은 작년 말 정부부처간 합의를 거쳐 마련된 사안이기 때문에 공정위의 반발은 당연해 보입니다. 투자활성화를 위해 예외적용을 대폭 늘려주는 방식으로 이미 많은 부분을 양보했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이헌재 부총리의 리더십에 균열이 생긴게 아닌가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공정위원장의 발언이 이 부총리의 정책노선에 공식적으로 반발하는 모습으로 비춰졌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헌재 부총리는 취임 초기부터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재경부는 물론 여타 경제부처의 협조를 원활히 이끌어 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첫 국무회의에서는 "조율되지 않은 정책유출로 혼선을 일으키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던져 그의 진가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들어 이 부총리가 `오버한다. 과속한다`라는 지적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총선을 의식한 `선심성 정책`이다, 총선 후 입지를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다 등등 해석도 분분합니다. 신용불량자대책이 그렇고, 서비스업 지원대책이 그렇습니다. 특히 대통령탄핵 가결이후 경제정책 집행에 더욱 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자동차 특소세 인하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최근에는 일주일에 한번씩 경제장관간담회를 열어 매번 무슨 대책을 발표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애초 경제회복의 돌파구로서 이 부총리의 리더십과 카리스마에 대한 기대가 컸던게 사실입니다. 또 실제로 이 부총리가 이같은 리더십을 발휘해 그간 각종 현안에 일사분란하게 대처해 온 것 또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요즘들어 이 부총리의 행보가 다소 불안해 보이는 것은 왜 일까요? 리더십은 구성원의 충분한 이해와 동의를 전제로 합니다. 건전한 갈등과 다양한 이해관계를 무시하거나 제압하기 보다는 이를 잘 통합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얘기지요. 효율성과 일사분란을 이유로 이러한 과정을 생략한다면 언젠가 균열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출자총액규제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투자에 목말라 기업가 정신을 살리려는 취지는 십분 이해하지만 충분한 사전논의 없이 기존 부처간 합의를 변경해버린다면 리더십에는 당연히 균열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부총리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은 여전히 좋습니다. 정치권과 재계, 언론의 기대가 크고, 고건 대통령권한대행도 경제분야 전권을 이 부총리에게 줬습니다. 그의 의지대로 정책를 펼칠 수 있는 조건은 갖춰진 셈입니다. 다만 지나친 자신감으로 도를 넘어서지만 않는다면 말입니다. 옛 말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습니다. 이헌재 부총리가 말 그대로 해결사로서, 진정한 리더십과 카리스마로 우리 경제의 돌파구를 마련해주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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