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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 미등록 아이들의 잇단 사망…인권위 "출생통보제 법제화해야"

박기주 기자I 2021.01.22 14:00:00

최영애 인권위원장 성명 발표
전남 여수·인천서 잇따라 출생신고 안된 아동들 사망사건
"출생등록 안되면 학대 노출 가능성도 높아…출생등록은 아동인권의 시작"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출생신고도 되지 않은 아동이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르자 최영애 국가인권윈원회(인권위) 위원장이 “출생통보제 법제화로 이러한 사건을 예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11월 전남 여수의 한 아파트 냉장고에서 태어난 지 2개월 된 남자아기가 2년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어머니 A씨의 7살 아들과 2살 딸이 오랫동안 쓰레기 더미 속에서 생활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 연합뉴스)
최 위원장은 22일 성명을 통해 “출생 등록이 되지 않은 아동이 부모 등으로부터 학대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보호를 강화하고, 나아가 이와 같은 비극적 아동학대 사건이 반복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아동 출생 시 분만에 관여한 의료진에게 출생사실을 국가기관 등에 통보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 도입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햇다.

앞서 지난 15일 인천 미추홀구 한 주택에서 A(8)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A양의 친모는 딸의 호흡을 막아 살해한 뒤 일주일간 시신을 집 안에 방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친모는 남편과 이혼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동거남과 A양을 낳게 되자 법적 문제 탓에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지난해 11월에는 전남 여수에서 생후 2개월 남자 아이가 냉장고에서 숨진채 발견되기도 했다. 아이의 친모는 쌍둥이를 출산한 후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키우다 아기가 숨지자 냉장고에 아기의 시신을 숨겨 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위원장은 “현행법은 태어난 아동의 출생 신고는 부모가 해야 함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부모가 아동의 출생사실을 외부에 알리고 싶지 않은 등 이유로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 아동은 출생등록을 하지 못한다”며 “출생등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가 우리 사회에 출생등록을 하지 못한 아동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파악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인권위는 지난 2017년부터 출생통보제 도입을 주장해 왔다. 최 위원장은 “아동의 출생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행위는 물리적 방임의 한 유형”이라며 “출생 등록이 되지 못할 경우 보호자와 주변 사람들에 의한 신체적·정신적 학대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출생 등록을 하지 못한 아동들의 연이은 사망사건을 접하면서 현행 출생제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가 국내외 요구와 권고를 수용해 출생통보제 등을 조속히 법제화 할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어 “아동의 출생등록은 마땅히 누려야 할 모든 형태의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발달 수준에 맞는 적절한 교육을 받을 권리,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랄 권리 등을 누릴 수 있는 아동인권의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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