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펀드 그후]회사 주인도 모르는 정보를?…정경심의 이상한 주식투자

박종오 기자I 2021.01.13 11:00:30

'조국펀드 그후' 3회
정경심 교수의 이상한 불법 주식투자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택배에요.”

서울중앙지검 수사관은 2019년 8월 27일 오전 한 가정집 현관문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고 이렇게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남동생 집이었다. 압수 수색 나온 검찰 수사관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자 집 앞에 놓인 택배를 보고 꾀를 낸 것이다.

정씨 아들이 문을 열었다. 집 안에 들어선 수사관은 이곳에서 코스닥 상장사인 더블유에프엠(035290)(WFM) 실물 주식 12만 주를 발견했다. 정경심 교수가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는데 결정적 단서가 된 불법 주식 거래의 증거를 확보한 순간이다.

그래픽=이동훈 기자
사모펀드가 아니라 주식 비리?

“이들의 범행은 ‘신종’ 정경 유착이다.”

검찰은 지난 6일 조 전 장관 5촌 조카인 조범동씨 항소심 재판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조씨는 조 전 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 프라이빗에쿼티(PE)의 총괄대표다.

정경심 교수와 조씨의 지난해 1심 재판에서 조 전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 실소유주 의혹과 권력형 비리 혐의는 무죄로 판명 났다.

그러나 검찰은 새 카드를 꺼냈다. ‘사모펀드 투자’가 아니라 한 상장사의 ‘주식 거래’를 전면에 내세웠다. 정 교수가 조씨와 짜고 불법으로 주식을 사고팔아 부정하게 재산을 불렸다는 것이다.

주식 거래 비리의 핵심은?

정경심 교수의 1심 법원 판결을 요약하면 이렇다.

정 교수는 2018년 조범동씨로부터 코스닥 상장사 WFM의 내부 호재성 정보를 들었다. 그 직후 이 회사 주식 12만4304주를 사들여 부정 이익 2억3683만원을 얻었다.

WFM은 코링크PE가 전기차 배터리 소재(음극재) 사업을 벌이기 위해 경영권 인수를 추진했던 상장회사다. 코링크PE 총괄대표인 조씨가 이를 주도했다.

법원은 정 교수의 WFM 주식 매매를 자본시장법이 금지한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행위’라고 인정했다. 자본시장법 위반은 정 교수의 1심 판결에서 가장 무거운 법정형이 반영된 죄목이다.


주식 언제, 얼마나 샀어?

그래픽=이동훈 기자


정 교수는 남동생과 함께 WFM 주식을 총 4회 대량 매수했다.

정 교수는 2018년 1월 초 조범동씨로부터 “WFM이 음극재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 설립한 군산공장을 다음달 가동할 예정”이라는 말을 들었다. 연말로 예상됐던 공장 가동 일정을 앞당겼다는 것이다.

당시 코링크PE는 WFM의 경영권 인수 계약을 맺고 지분을 넘겨받고 있었다. 코링크PE의 실질적 대표인 조씨는 회사 내부 사정을 잘 알았다.

①정 교수는 남동생의 증권 계좌를 이용해 2018년 1월 3~5일 WFM 주식 1만6772주를 7739만원(주당 4614원)에 장내 매수했다. 이후 같은 달 9~22일 이 주식을 9422만원에 처분했다. 둘이 얻은 차익은 1683만원이다.

②정 교수와 남동생은 각각 3억5000만원, 2억5000만원을 투자해 WFM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이기로 했다. 이들은 조씨 도움을 받아 2018년 1월 26일 WFM 실물 주식 12만 주를 주당 5000원에 매입했다. 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개인 간 주식 현물을 주고받는 장외 거래를 했다.

전체 12만 주 중 2만 주는 코링크PE, 나머지 10만 주는 WFM의 종전 최대 주주였던 우국환씨로부터 주식을 샀다.

코링크PE는 WFM 경영권 인수를 위해 매입한 주식의 일부인 2만 주를 정 교수와 남동생에게 되팔았다. 조범동씨는 WFM 인수 후 우씨가 개인적으로 보유한 주식 10만 주를 이들에게 팔도록 다리를 놓았다.

WFM의 군산 공장 조기 가동 소식이 언론에 공개된 2018년 2월 9일 이 회사 주가는 전날보다 5.9% 오른 7200원에 마감했다. 정 교수와 남동생은 보유 주식을 처분하지 않았지만 재판부는 이들이 미실현 이익 2억2000만원을 얻었다고 판단했다. 이날 종가 7200원에서 주식 매입가격인 5000원을 뺀 주당 2200원과 실물 주식 12만 주 중 우씨로부터 산 10만 주를 곱한 금액이다.

③+④정 교수는 2018년 2월과 11월 알고 지내는 미용사의 증권 계좌를 이용해 WFM 주식 7532주를 3570만원에 장내 매수했다. 조씨로부터 WFM이 생산하는 음극재 평가 실험 및 중국 업체와의 음극재 납품 업무협약(MOU) 체결 소식을 미리 들은 직후다. 다만 이 정보들이 시장에 공개된 뒤 WFM 주가가 정 교수의 주식 매수가격보다 오히려 하락해 이익을 얻지 못했다.

최대 주주가 사기를 당했다?

그래픽=이동훈 기자


“한마디로 말해서 정경심 교수가 최대 주주도 모르는 회사의 내부 정보를 이용해 최대 주주한테 사기를 쳤다는 얘기네요.”

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고개를 갸웃했다.

자본시장법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상장회사 주식 거래를 금지하는 것은 상장사 직원·주요 주주 등 내부자와 주변인이 ‘정보 비대칭’을 이용해 이익을 얻는 것을 막으려는 취지다.

예를 들어 상장사 임원이 회사의 호재성 정보를 미리 알고 공시 전에 주식을 대거 사들이거나 대주주가 나쁜 실적이 발표되기 전 보유 주식을 처분하는 경우 등이 그렇다. 이는 중요 정보를 모른 채 이들과 주식 거래하는 사람들을 고의로 속이는 것과 마찬가지여서다.

문제는 정 교수의 거래 상대가 WFM의 실질적 최대 주주인 우국환씨였다는 점이다. 정 교수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WFM 주식 매수 물량 12만4304주 중 10만 주는 매도자가 우씨다.

WFM의 종전 최대 주주였던 우씨는 회사 경영권을 코링크PE에 매각했으나 여전히 보유 지분이 가장 많은 1대 주주였다. 코링크PE가 WFM 지분 인수에 동원한 사모펀드인 ‘배터리펀드’ 지분 100%를 우씨가 보유했기 때문이다.

우씨는 코링크PE가 제시한 아이템인 음극재 사업에 처음부터 관심이 많았다. 겉으로는 WFM 경영권을 코링크PE에 매각하면서도 실제론 코링크PE와 그가 음극재 사업권을 가진 WFM을 공동 운영하기로 한 배경이다.

군산공장에 설치할 음극재 제조 설비의 구매도 우씨가 WFM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기 전 이사회에서 직접 결정한 것이다. 코링크PE가 경영권 인수 후 WFM이 발행한 전환사채 40만 주를 인수할 때 돈을 대주고 사채권 실물을 직접 보유하기도 했다.

만약 우씨가 WFM의 군산공장 조기 가동 소식을 알았다면 어떻게 될까. 정 교수가 우씨에게서 산 WFM 실물 주식 10만 주는 불법 주식 거래에서 제외된다.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아는 내용인 만큼 미공개 정보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법원이 WFM 실물 주식 12만 주 중 코링크PE로부터 산 2만 주를 불법 거래로 보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정 교수에게 군산공장 가동 소식을 귀띔한 것이 주식 매도자인 코링크PE의 총괄대표인 조범동씨이기 때문이다.

미공개 정보로 장외 주식 매수?

정 교수와 남동생이 WFM 실물 주식 12만 주를 장외에서 샀다는 것도 이례적이다. 장외 거래는 통상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이나 인수·합병(M&A) 등 회사 사정을 잘 아는 사람끼리 주식을 대규모로 사고팔 때 주로 이용한다. 이런 거래에서는 양측이 비밀 유지 계약(NDA)을 맺고 주요 정보를 공유하는 만큼 애초 미공개 정보가 존재하기 어렵다.

한 대형 로펌의 변호사는 “장외 거래에서 주로 분쟁이 생기는 것은 매도인이 중요 정보를 빠뜨리거나 허위 진술을 해서 매수자가 사기당했다고 주장하는 경우”라고 했다. 이와 반대로 정 교수 사례처럼 매수자가 매도자도 모르는 정보를 이용해 손해를 끼치는 일은 흔치 않다는 것이다.

미리 안 호재성 정보로 주식 매매 차익을 얻으려는 사람이 거래가 불편한 실물 주식을 보유하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우국환씨는 검찰 조사에서 “군산공장 가동 사실을 모른 채 정 교수에게 WFM 실물 주식을 팔았다”고 진술했다. 우씨가 당시 WFM 경영에서 물러나 음극재 사업에 관여하지 않았기에 사업 진행 상황을 잘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말 몰랐을까? 우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 사건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정경심 교수 측 변호인은 “미공개 정보 이용, 주가 조작 등 자본시장법이 규제하는 것은 주로 장내 거래”라며 “장외 거래에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행위 금지 조항을 적용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향후 항소심에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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