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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골칫거리 정전기로 전자기기 충전·구동하는 기술 나왔다

이연호 기자I 2019.06.11 12:00:00

KIST, 쉽고 간단한 공정으로 고내구성·고출력의 스펀지 나노발전기 개발
정전기로 블루투스 센서 충전 및 구동…향후 사물인터넷 응용 기대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국내 연구진이 일상과 반도체 제조 공정 상의 골칫거리인 정전기를 이용해 실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아래 좌측) 증기캡슐공정 원리, (아래 우측) 이를 이용해 제작된 실리콘 스폰지의 현미경 사진. 그래픽=KIST.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전자재료연구단 송현철 박사, 강종윤 단장 연구팀이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의 일종으로 생활 속 불편한 존재였던 정전기를 이용해 실제 전자기기에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하는 스펀지 형태의 고내구성·고출력 나노발전기를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이란 우리 주변에서 버려지는 진동, 열, 빛, 전파 등의 에너지를 수확해 우리가 쓸 수 있는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기술을 말한다.

KIST 연구진은 증기캡슐공정(Vapor Capsulation Casting)을 이용해 물과 실리콘(PDMS, Polydimethylsiloxane)만으로 미세 기공을 갖는 실리콘 스펀지를 짧은 시간 내에 간단히 제작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형성된 미세 기공이 전체 표면적과 정전용량을 향상시켜 정전기 발생량을 크게 증가시켰으며 이를 이용해 고내구성·고출력을 지니는 정전기 나노발전기를 개발했다.

증기캡슐공정(Vapor Capsulation Casting)은 증기의 열운동 에너지를 이용해 PDMS와 같은 매질에 수증기를 침투시켜 다공성 구조체를 제작하는 공정기술이다.

기존의 나노발전기는 복잡하고 어려운 공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번 KIST 연구진이 개발한 공정을 이용하면 제작 시간과 비용을 크게 단축할 수 있어 나노발전기의 실용화를 앞당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연구진은 증기캡슐공정의 변수들을 면밀히 조사해 다공성 구조의 제어 방법을 확립했다. 이런 다공성 실리콘 소재는 여러 연구 분야에 다양하게 활용 및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KIST 연구진은 개발한 정전기 나노발전기를 이용해 실제 실내온도나 위치 등을 파악하는 블루투스 무선 센서 등을 구동하는 데 성공했다. 향후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 중 하나인 사물인터넷을 비롯해 무선 센서 네트워크나 웨어러블 전자기기의 자율전원으로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를 주도한 KIST 송현철 선임연구원은 “쉽고 간단한 공정을 이용해 다공성 구조를 제작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으며 기존의 에너지 하베스팅 발전장치보다 가격·성능·내구성 면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진 혁신적인 제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IST 강종윤 책임연구원(전자재료연구단장)은 “현재 여러 가지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들을 개발 중”이라며 “이번 연구 결과로 다양한 환경에서 센서 네트워크의 자가발전을 위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KIST 기관고유사업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창의형 융합연구사업으로 수행됐다. 경희대학교 최덕현 교수와 공동연구로 진행된 이 연구 결과는 에너지 분야 국제 학술지인 ‘나노 에너지(Nano Energy)’ 최신 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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