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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5대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 해외 직원수 사상 첫 국내 추월

방성훈 기자I 2023.12.26 16:46:19

고객사인 반도체 기업들 대부분이 해외에 생산기지
美 대중 반도체 제재로 공급망 재구측…공장 신설↑
밀접·즉각 소통 중요…현지 파견 및 채용 대폭 늘려
5년간 해외 근로자 1.7배 증가…국내 1.1배보다 빨라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 5대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에서 일하는 해외 근로자 수가 일본 국내에서 근로자 수를 사상 처음으로 넘어섰다고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이 26일 보도했다. 반도체 업계가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데다, 미국의 대중 제재 등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재구축되면서 일본을 제외한 지역에서 건설되는 공장이 늘었기 때문이다.

(사진=AFP)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2022~2024년 예정된 반도체 공장 착공 수는 총 71개로, 2019~2021년 57개를 넘어섰다. 한국과 대만에 서의 반도체 제조 비중이 각각 22%, 중국은 18%로 확대하는 반면, 일본 내 제조 비중은 줄어드는 추세라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해외에 고객사를 둔 도쿄일렉트론, 어드반테스트, 레이저텍, 도쿄정밀 , 알백 등 5대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들의 해외 근로자 수는 2022회계연도 기준 1만 6562명으로 집계됐다. 사상 처음 일본 국내 근로자 수를 넘어선 것이다. 일본 내 총 근로자 수는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지만, 해외 근로자 수가 5년 전보다 1.7배 늘어 같은 기간 일본 국내 근로자 증가 속도(1.1배)를 상회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매출의 약 90%를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레이저텍의 해외 근로자 수는 올해 6월말 기준 434명으로 일본 내 425명을 웃돌았다. 이 회사는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 기술에 대응한 마스크 검사 장치 등을 생산한다. 고객사로는 대만 TSMC, 미국 인텔, 한국 삼성전자 등을 두고 있다. 닛케이는 “반도체 공장들은 연중 내내 밤낮 없이 가동되며, 문제가 발생하면 곧바로 대응해야 한다. 현지에서 밀접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져야 한다”며 “장비 납품 시엔 몇 주에서 몇 개월 동안 고객사 공장에 직원이 상주하며 부품을 조립하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전 세계 반도체 업계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데다, 전문 인력인 만큼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도쿄일렉트론은 미국과 대만, 한국 등 해외 거점에서 일하는 직원을 일본 내 공장에서 1~2년 동안 연수시키는 프로그램을 마련했으며, 현재 35명이 실습 중이다. 2022년에 프로그램을 끝낸 28명은 각 고객사 공장에서 핵심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5대 기업 외에 또다른 일본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인 코쿠사이일렉트릭은 주재원 파견 대신 현지 채용으로 전환하고 최근 4년 동안 해외 인력을 1.5배 늘렸다. 이들 직원의 기술 교육 등을 위해 회사는 가상현실(VR) 등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연수 제도도 도입했다.

에드반테스트는 아예 최고인사책임자에 미국인을 임명했으며, 해외 직원들에게는 스톡옵션을 보수로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 반도체 업계가 퇴보한 것은 저조한 보수도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한편 일본 정부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를 계기로 자국의 반도체 역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등과의 국제 협력을 늘리는 한편, 설비 투자액의 50%를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등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이후 TSMC, 미국 마이크론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일본에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등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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