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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석 목사 "참전용사 희생 덕에 자유 누려…보은행사 계속 이어갈 것"

이윤정 기자I 2023.06.05 16:48:40

새에덴교회, 17년째 민간 최대규모 보은행사
2007년 미국서 흑인 노병 만난 계기
47명 미국 참전용사·가족들 방한
"보훈의 가치 존중하는 나라일수록 선진국"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참전용사들이 노쇠해갈수록 그들의 땀과 눈물, 숭고한 가치는 더욱 빛나는 보석처럼 느껴집니다. 지상에 한분이라도 살아계실때까지 그분들을 찾아뵐 거예요.”

17년째 참전용사 초청 보은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는 5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보은행사를 통해 평화는 그저 받은 선물이 아니며 자유는 공짜로 누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소 목사가 민간 차원의 초청 보은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마틴루터킹 국제평화상 수상을 계기로 미국 LA를 방문했다가 한국전 참전용사였던 흑인 노병 리딕 나다니엘 제임스를 만났다. 제임스는 소 목사에게 다가와 “한국에서 왔느냐”고 물으며 6·25 전쟁때 왼쪽 허리에 입은 총상을 보여주었다. 그는 “한국이 엄청나게 발전했다고 하는데 한 번 가보고 싶다. 하지만 누구도 초청해주지 않아서 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 목사는 제임스에게 한국 초청을 약속했고, 이후 초청 보은행사는 17년째 이어지고 있다.

매년 6월이면 새에덴교회 전교인이 참전용사 맞이로 분주하다. 올해는 6.25전쟁 73주년 및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해 미국 참전용사와 가족 등 200명을 초청했다. 코로나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대면 행사다. 소 목사는 “예배를 드리는 자유와 특권마저도 참전 용사들의 희생과 수고가 아니었다면 누릴 수 없었을 것”이라며 “처음 시작할 때의 설렘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전 교인들이 동참해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5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韓·美 참전용사 초청 보은행사’ 기자 간담회에서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왼쪽 네번째)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새에덴교회).
90세가 된 용사들…“방한 초청행사 올해 마지막”

새에덴교회가 주최하는 국내·외 참전용사 초청 보은행사는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례 행사다. 정부 주관의 6·25 기념행사보다 일주일 먼저 열리는 순수 민간 차원의 초청행사다.

오는 6월 17일부터 22일까지 방한하는 47명의 미국 참전용사와 가족 가운데는 21세 때 한국전에 참전했던 폴 헨리 커닝햄(Paul Henry Cunningham) 전 미 한국전참전용사회 회장(94)도 있다. 특히 인천상륙작전의 영웅이자 태극무공훈장의 수훈자였던 발도메로 로페즈 미 해군 중위의 유가족이 한국을 찾는다. 로페즈 중위는 기관총에 맞아 부상한 채 끝까지 대항하다 수류탄을 자신의 몸으로 덮어 12명 부하의 생명을 지켜내고 전사했다.

이들은 18일 오후 4시 새에덴교회에서 열리는 ‘6·25전쟁 제73주년 및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韓·美 참전용사 초청 보은행사’에 참석한다. 국군 6·25 참전용사 150여 명과 73년 만에 해후하며 뜨거운 전우애를 나눈다. 19일에는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 헌화, 평택 해군 2함대 방문과 천안함 견학 등이 예정돼 있다. 이어 20일 평택 미 8군사령부 방문, 21일 용산 전쟁기념관 전사자 명비 헌화와 환송 만찬이 준비돼 있다.

90세가 넘는 미국 참전용사들의 방한이 예전과 같이 쉽지 않아 방한 초청행사는 올해로 마지막이 될 전망이다. 소 목사는 “지금까지 필리핀과 호주 등 8개국에서 6000명 이상의 참전용사들을 초청했었다”며 “초고령의 참전용사들을 배려해 내년부터는 미국 등 참전국을 직접 방문해 보은행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새에덴교회는 어린이부터 노년까지 전 성도가 동참하는 ‘Last Bridge 특별헌금’을 통해 2023년 참전용사 보은행사 예산을 마련하고 있다. 소 목사와 성도들은 연초부터 1월 중앙보훈병원 참전용사 위문 행사를 시작으로 2월 용인지역 내 국군 참전용사 위로 행사를 진행했다. 호국보훈의 달을 앞두고 5월 28일에는 교회학교 어린이 1000명이 참여한 ‘6·25 참전용사에 감사의 편지쓰기’ 행사를 가졌다.

1회부터 준비위원장을 맡아온 김종대 장로(예비역 해군소장)는 “어느덧 90세가 넘은 참전용사들은 전쟁으로 인한 씻기지 않는 상흔을 갖고 있지만, 그 누구보다 더 대한민국을 자랑스러워하고 발전하길 기도하고 있다”며 “생존 국군 참전용사들이 매년 1만명 이상 별세하기에 그들에 대한 감사와 보은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관심과 동참을 호소했다.

소 목사는 “노병들이 눈물을 흘리며 ‘우리를 기억해주는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다’고 했던 말들이 초청행사를 이어가는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그는 갈수록 보은과 보훈의 정신을 잃어버리고 있는 세태를 걱정하며 “보훈의 가치를 존중하는 나라일수록 선진국가”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날 역사의 참담함을 기억하지 않는 세대는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며 “수치의 역사를 기억할수록 유비무환의 미래는 보장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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