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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전문가패널 중간보고서 "北, 핵무기 소형화 성공…제재 위반 지속"

정다슬 기자I 2020.09.29 12:40:24

불법환적 등을 통해 석유 초과 수입
가상화폐 거래소 공격 등을 통한 외화 수익
"3월말부터 무역거래 회복 중"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북한이 지속적인 핵실험을 통해 핵탄두 소형화 개발에 성공했다는 유엔 전문가패널의 지적이 나왔다.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불법 환적 등을 통해 국제사회가 허용한 것 이상의 석유 등을 수입하고 있으며 벤츠, 아우디 등 사치품 역시 계속 수입을 시도하고 있다는 정황도 확인됐다. 수출, 해외노동자 파견 등 정상적인 외화벌이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북한이 가상화폐거래소 공격 등을 통해 외화를 취득하고 있다는 보고도 있었다.

北 핵개발 프로그램 지속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28일(현지시간) 발표한 전문가패널 중간 보고서에서 회원국들이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생산과 실험용 경수로 건설 등 핵개발 프로그램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회원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계속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수 회원국이 영변에 있는 우라늄 농축시설이 운영 중이라고 밝혔고 실험용 경수로 건설이 진행 중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영변 우라늄 농축시설의 6개 냉각장치 중 1개가 올해 3월 제거됐다는 보고도 나왔으나 그 이유는 뚜렷하게 파악되지 않았다. 우라늄 광산과 평산 우라늄 정광(옐로케이크·우라늄 농축원료) 생산시설도 계속 가동 중이다.

플루토늄 생산과 관련해서는 특별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 패널은 2016년부터 2018년 중반까지 영반 5MW(메가와트) 원자로 재개 등에 관련된 정보를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풍계리 핵 실험장에 대해서는 제설작업이나 군부대 활동 등이 관측됐다. 2018년 풍계리 핵 실험장 폭발 과정에서 붕괴된 것은 터널 입구만으로 한 회원국은 터널을 다시 복원하고 핵실험을 위한 인프라 등을 구축하는 데는 2~3개월이면 충분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몇몇 회원국은 북한이 6번의 핵실험 등을 통해 탄도미사일 탄두에 장착 가능한 소형화된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으리라고 밝혔다. 한 회원국은 침투지원 패키지(penetration aid packages)과 같은 기술적 향상이나 다탄두 시스템 개발을 위해 추가로 소형화 기술을 발전시킬 것으로 보고 했다.

올해 5월 이후 북한 신포 해군조선소에서 관찰된 여러 활동이 잠수화발사탄도미사일(SLBM)과 관련돼 있을 수 있다는 한 회원국의 평가도 나왔다.

지난 5월 27일 북극성 1호 또는 북극성 3호 미사일을 싣기에 충분한 길이 16∼17m, 너비 2.5m의 컨테이너가 포착됐는데, 지난해 10월 2일 SLBM 발사시험 열흘 전 비슷한 컨테이너가 등장했던 장소와 거의 같은 지점이라는 것이다.

신포조선소에 있는 컨테이너 [사진=유엔 대북제재 전문가 패널 중간보고서]
전문가패널은 2017년 9월 이후 핵실험이 없었다는 데 주목하면서도 “그러나 북한은 핵시설을 유지하고 핵분열성 물질을 계속 생산 중”이라며 “탄도미사일 개발 능력과 인프라도 계속 발전시켜왔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6차례 핵실험 등을 통해 탄도미사일 탄두에 장착 가능한 소형화한 핵무기를 개발했을 수도 있다는 다수 회원국의 평가를 실었다.

北 허용범위 석유 수입 - 수출도 정상화

이날 보고서에서는 대북제재 이행에 대한 각 회원국의 보고가 있었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으로의 외화 유입을 막기 위해 지난해 12월까지 해외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를 전원 본국으로 송환하고, 회원국들에게 이행상황을 보고할 것을 요청했다.

중국은 송환기간에 맞춰서 북한 노동자를 모두 송환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 자체는 비공개 요청했다. 러시아는 160여명이 코로나19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노동자들은 노동허가가 없는 불법 체류자로 결의 위반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전문가 패널 보고서는 여전히 적지 않은 북한 노동자들이 신분을 속이고 해외에서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군수공업부가 외화벌이를 위해 파견한 정보기술(IT) 노동자 수백여명이 제3국인의 이름을 이용해 프리랜서로서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 보고서는 북한 노동자들이 도용하는 제3국 국적이 구체적으로 어느 나라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유엔안보리는 또 북한이 이란에 남아있는 무기 거래상 최소 2명을 통해 무기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물자와 장비, 기술의 대북 수출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광업개발무역공사(KOMID)는 2009년부터 유엔 제재 명단에 포함돼 북한이 탄도미사일과 관련된 장비, 재래식 무기를 수출하는 주요 통로로 지목된 조직이다. 특히 이란의 군수업체 ‘샤히드 헤마트 산업그룹’(SHIG)에 액체 추진 탄도미사일과 우주발사체(SLV)의 지상실험에 쓰이는 밸브, 전자부품, 계측장치 등을 판매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회원국은 KOMID의 대표인 하원모와 김학철은 올해 초에도 모두 이란에 있으며 하원모는 여권번호를 바꿨다고 보고했다.

석탄·모래 등 불법 수출 역시 코로나19로 1월 말에서 3월 말까지 뜸하다가 다시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는 상업위성 사진 정보 등을 통해 약 33차례의 운송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이 수입한 정유량 역시 연간 수입 가능한 50만배럴을 이미 넘어섰다는 평가다. 정보를 제공한 회원국은 북한이 불법환적 등을 통해 북한이 최소 60만배럴에서 160만배럴의 석유를 수입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북한의 주된 석유 공급처인 중국과 러시아는 이같은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북한은 조업권 판매와 사이버해킹 등을 통해 가상화폐를 취득, 이를 법정화폐로 환전하는 시도도 계속하고 있다.

마식령에서 발견된 아우디…아우디는 “판 적 없다”

대북제재 결의안에 따라 북한에 수출이 금지된 제품 등이 북한 곳곳에서 포착되기도 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12월 마식령 스키장에서 찍힌 아우디의 최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 Q7의 사진을 공개했다. 평양 번호판을 달고 있는 이 차에 대해 보고서는 “상당히 중요한 인사를 위해 준비된 차량”이라고 전했다.

고급차량은 결의안에 따라 사치품으로 분류돼 북한으로의 수출이 금지돼 있다.

차량 제조업체인 아우디는 대북제재위에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북한에 어떠한 자동차도 판매하지 않는다”며 사진 속 차량에 대해서는 2012년에서 2015년 사이 제작된 차량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외 패널은 북한에서 발견된 벤츠, 도요타의 렉서스 등이 북한으로 넘어간 경위 역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용하는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600을 북한으로 판매한 이탈리아 외장업체 ‘유로피언 카스’는 “홍콩 업체에 판매하는 것으로 알았을 뿐 북한에 파는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유엔에 해명했다

이외 3M, 듀폰 등의 제품을 북한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으나 양사 모두 수출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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