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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동차 관세폭탄 초읽기…트럼프의 선택은?

방성훈 기자I 2019.02.18 11:03:05

美상무부 17일까지 수입車 국가안보 위협 보고서 제출
트럼프, 90일내 고율 관세 또는 쿼터 조치 결정
사실상 유럽 겨냥 분석…EU·英 무역협상카드로 활용할듯
대미 車수출, EU 전체 車수출의 25%…獨 타격 가장 커
작년 협상 끝낸 韓·캐나다·멕시코는 면제 가능성

장클로드 융커(왼쪽)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것인지 여부에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하는 한국, 독일, 일본 등 뿐 아니라 미국 자동차 기업들도 긴장하고 있다. 차량에서 차지하는 수입부품 비중이 40~50%나 돼 생산비용이 상승할 수 밖에 없어서다. 미국 내 모든 차량 가격이 상승하고 관세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지적이 뒷 따른다.

◇트럼프 車 관세폭탄 검토에 미 자동차회사도 불만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이날까지 수입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에 대한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서를 받은 후 90일 이내에 관세 부과 또는 수입량(쿼터) 제한 등의 조치를 결정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수입 자동차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상무부에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 결과 상무부는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수입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기엔 유럽에 수출하는 미국 자동차에는 10% 관세를 부과하는 반면 미국에서 수입하는 유럽 차량에 부과하는 관세는 2.5%에 불과한데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수입 자동차 관세가 현실화되면 독일, 한국, 일본산 자동차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7년 기준 미국에 자동차를 가장 많이 수출한 곳은 캐나다(431억2000만달러)다. 다음으로는 일본(398억6000만달러), 멕시코(297억3000만달러), 독일(205억4000만달러), 한국(157억3000만달러) 등의 순이다.

출처=월스트리트저널 홈페이지
월스트리트저널은 또 미국 소비자들이 ‘스티커쇼크(sticker shock·예상보다 비싼 가격에 따른 충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입 자동차뿐 아니라 미국 자동차 기업들의 제품 가격도 동반 상승할 것으로 보여서다. 신문은 “미국 자동차 40~50%는 수입 부품으로 조립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미국산 부품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반면 미국 자동차 기업들은 지난해 글로벌 무역전쟁을 촉발시킨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로 이미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자동차부품제조업협회의 앤 윌슨 선임 부회장은 “미국 회사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결국 미국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에서조차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재키 왈러스키 미국 하원의원은 “상대국들의 보복관세로 자동차 관세전쟁이 벌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롭 포트먼 상원의원도 “캐나다나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미니밴이 우리나라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서 “정부는 한 발 물러서 자동차 관세를 재고했으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관세폭탄 카드 유럽 겨냥한 협상용 분석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 움직임이 사실상 유럽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다. EU, 영국과 무역협상을 벌이고 있어서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협상용으로 관세 부과 카드를 써왔다.

미국 자동차연구센터는 전날 발표한 수입차 관세 부과 관련 보고서에서 “지난해 무역협상을 마친 한국과 캐나다, 멕시코는 관세가 면제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현재 무역협상을 진행 중인 EU, 영국, 일본에는 고율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은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을 위반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장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은 지난해 7월 회담을 갖고 미-EU간 무역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면서 이 기간 동안에는 서로 관세를 물리지 않기로 했다.

데이비드 오 설리번 EU 주재 미국대사는 “만약 (협상 도중 관세를 물리기로 하지 않겠다는) 발언이 존중되지 않으면 협상과 절차에 모두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며 “우리는 상무부 보고서 내용과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은 미국이 약속을 어길 경우 보복관세를 물릴 방침이다. 장뤼크 드마르트 EU 집행위원회 통상총국장은 지난달 유럽의회에 출석해 “미국이 (자동차에) 관세 부과를 강행할 것에 대비해 200억유로(약 25조4000억원)어치 보복관세 부과 목록을 작성해놨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의 자동차 관세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EU는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EU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전체 자동차 수출량의 약 25%에 달한다. 독일 Ifo경제연구소는 지난해 독일 국내총생산(GDP)이 0.2%, 약 60억달러(약 6조6800억원)가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EU 경제의 핵심인 독일이 흔들리면 다른 EU 회원국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독일 차가 미국에 안보 위협으로 간주된다면 우리는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많은 독일차가 미국에서 만들어지고 중국에서 판매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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