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호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은 8일 상장회사법 토론회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옵티머스 자산운용의 사기 사건에 대해 예탁원의 사무관리 업무를 ‘무인 보관함 관리업자’에 비유했다.
예탁원은 옵티머스 펀드의 기준가격을 산정하는 사무관리회사인데 옵티머스가 투자한 부실 자산이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기재돼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단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옵티머스 직원이 예탁원에 보낸 이메일에서 아트리파라다이스 사채 투자 계약서를 첨부하고도 이를 부산광역시매출채11호, 한국토지주택매출채113호 등의 종목으로 등록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예탁원은 이를 아무런 의심이나 확인 없이 옵티머스가 원하는 대로 자체 회계시스템에 등록했다.
이와 관련 이 사장은 “투자자들은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냐. 반성할 부분이 있으면 하고 자숙의 시간이 필요하다. 금융감독원 검사가 진행돼 그 결과에 따라 해명할 부분은 해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사장은 “현행 제도 하에서 각자 구성원들이 어떤 역할을 했느냐에 대해 엄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사무관리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돼 있음을 강조했다. 애초에 보안, 세관 검사를 못하게 한 제도가 문제가 있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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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계산 사무 대행사(사무관리사)는 사채인수계약서에 기재된 정보(발행일, 상환일, 이율) 또는 사채인수계약서 없이 운용사가 제공한 정보를 입력해 종목코드를 생성한다”고 덧붙였다. 운용사가 A종목을 샀는데 이를 B종목으로 이름을 붙이더라도 사무관리사인 예탁원이 거를 수 없단 얘기다.
예탁원은 이전까진 옵티머스의 펀드 운용 자산을 확인했느냐는 질문에 발행일 등 기준가격 산정에 필요한 정보도 모두 이메일에 담겨 있어서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고 밝혔으나 이날 자료에선 운용사에 확인했다고 살짝 말을 바꿨다. 또 자신의 업무를 `사무관리사`에서 `계산 사무 대행사`로 명칭을 변경했다.
실제 운용하는 자산과 기준가격 산정에 필요한 자산을 대조할 의무도 없다고 강조했다. 예탁원은 “투자신탁 운용 주체는 판매사, 자산운용사, 신탁업자이며 계산 사무대행사는 기준가 계산만을 대행하는 보조자”라며 “계산 사무대행사는 신탁업자에게 신탁명세 등 잔고 대사에 필요한 자료 제공을 요구할 법령상, 계약상 아무런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계산 사무 대행사가 잔고 대사를 하기 위해선 운용사의 지시 요청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협회 규정에는 사무관리사가 수탁사와 증권 보유 내역을 매월 비교해 이상 유무를 점검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투자신탁이 아닌 투자회사 사무관리회사에만 해당된다고 밝혔다. 오히려 사무관리사가 아닌 신탁업자(옵티머스의 경우 하나은행)가 자체 신탁 재산의 보관, 관리 지침에 따라 매월 잔고를 대사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도 “옵티머스는 투자신탁 회사로 옵티머스와 우리는 사무관리에 대해 계약을 맺은 것이고 우리는 계약에 따른 의무만 하게 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 사장은 옵티머스로부터 받은 수수료를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예탁원은 옵티머스로부터 펀드 수탁고의 0.02%를 수수료로 받는다. 이 사장은 “수수료 받은 게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으나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것을 고려해보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펀드넷으로 공모펀드를 관리하듯이 사모펀드도 점검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사무관리 업무에서 손 떼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