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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원자력 '택소노미' 포함에 독일 "그린워싱이다"

고준혁 기자I 2022.01.03 11:27:21

EU 집행위, 원자력 '녹색 에너지' 분류 초안 내놔
독일 "원자력 지속가능한 발전원 돼선 안돼" 반발
룩셈부르크 "도발"·오스트리아, 고소 검토
FT "과반수 이상 찬성해 통과 가능성 커"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원자력을 기후 친화적인 ‘녹색’ 자산으로 분류한 데 대해 독일 정부가 반발했다. 독일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자국 내 원자력 발전을 백지화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2월 가동 중이 독일 군드레밍겐 원자력 발전소. 독일은 올해 원전 완전 폐쇄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작년 말 그룬드레밍겐을 포함한 브로크도르프, 그론데 등 3곳의 원전을 폐쇄했다. (사진=AFP)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즈(FT) 등 외신에 따르면 독일 정부 대변인은 “원자력이 지속 가능한(substainable) 발전원이 돼선 안 된다는 정부의 입장은 그대로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전날 EU 집행위가 회원국들에 보낸 새로운 그린 택소노미(어떤 자산을 친환경 투자로 볼 것인지에 대한 분류체계) 초안에 대한 입장 발표다. 초안의 골자는 특정한 조건을 전제로 원자력과 천연가스에 EU의 그린 라벨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원자력의 경우 ‘심각한 해를 끼치지 않는’ 기준이라면 이용 가능하다며 2045년까지의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 건설은 녹색으로 분류된다고 설명된다. 원자력과 달리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하는 천연가스의 경우 킬로와트(KW) 당 270그램(g) 이하의 CO2를 배출해야 한다는 등의 상세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독일 정부는 천연가스에 대해서는 원자력과 석탄 화력 발전의 단계적 폐지와 함께 탄소 중립으로 향하는 데 있어 ‘중요한 가교 기술’이라는 입장이지만 원자력 발전은 그린워싱(녹색위장)이라고 비판했다.

독일에서는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원자력 발전소 폐기를 추진해왔다. 지난 연말 기준 독일에 남아 있는 원전 6개 중 3개의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나머지 3개는 1년 내 폐기될 예정이다.

녹색당 소속의 로버트 하벡 독일 경제장관은 “이런 그린워싱이 자본시장에서 받아들여질지 의문”이라며, EU 집행위가 원자력을 포함한 데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룩셈부르크의 에너지 장관도 원자력이 택소노미에 포함하는 안에 대해 “도발”이라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기후에너지 장관은 유럽 집행위를 고소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룩셈부르크와 오스트리아는 독일과 함께 EU에서 원자력 사용을 반대하는 국가다. 반대로 친원자력 국가는 프랑스와 핀란드, 체코 등이다. 이들은 전체 국가 전력의 약 70%를 원자력에서 얻는다.

이번 택소노미 초안은 대다수의 EU 회원국과 유럽 의회 의원의 승인이 필요하다. FT는 EU 국가 과반 이상이 초안에 찬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EU는 2018년부터 ‘EU 택소노미’를 만드는 작업을 해왔으나 원자력 포함 여부에 대한 이견으로 지연되고 있으며, 내년 1월 중순 이후로 발표를 미룬 상태다.

한편, 한국에서도 환경부가 지난달 30일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지침서를 발표했다. 탄소 중립을 2050년에 달성하겠다는 목표 아래 과도기인 2035년까진 액화천연가스(LNG)를 한시적으로 포함키로 했으나, 원자력에 대한 결정은 뒤로 미뤘다.

환경부 관계자는 “K-택소노미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원자력은 국제사회의 동향과 국내 사정을 고려한 검토가 필요하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개정이 이뤄질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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