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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마리오' 마법 통할까..유로존 디플레 맞서 'QE카드' 만지작

성문재 기자I 2014.01.27 16:01:59

ECB, 은행 대출 인수 카드 만지작
디플레 우려 차단 위한 방안 준비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마리오 드라기(사진·67)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유럽내 확산되고 있는 디플레이션 우려 차단에 나섰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드라기 ECB 총재는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과 기업 대출을 패키지로 묶어 인수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리오 드라기
드라기 총재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유럽연합(EU) 조약 상 통화 조달(monetary financing)은 금지돼있다”며 “어떤 다른 자산을 구입할 것인가? 한 가지는 은행 대출이다. 미래에 더 생각해볼 문제는 적절한 방법으로 은행대출을 확보해 자산으로 보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기가 말한 통화 조달은 전통적인 형태의 양적완화(QE)를 뜻한다. 예를 들어 중앙은행이 화폐를 찍어내거나 정부 국채, 회사채 등을 사들여 시중 통화량을 늘리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ECB가 회원국 국채를 직접 사들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는 매입할 수 있다.

드라기 ECB 총재가 대안으로 제시한 대출채권 매입을 통한 QE는 경제 여건 악화를 경험하고 있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대출시장이 붕괴되는 것을 막는 효과도 있다. 유로존 재정 부실 국가들의 순대출 감소세는 여전히 고민거리다.

유로존이 오랜 기간 물가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가운데 ECB는 국채나 회사채 매입 등 QE 정책을 도입할 수 없게 되자 가계와 기업 대출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디플레 해소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유로존 물가 하락은 글로벌 경제 회복에 있어 더 큰 리스크로 여겨지고 있다. 이는 지난 20년간 일본에서 나타났던 모습과 유사하다. 디플레이션과 관련해 현재 유로존보다 더 취약하다고 판단되는 곳은 없다고 FT는 전했다.

유로존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0.8%에 그치며 직전월인 11월 0.9%보다 상승폭이 작았고 시장 전망치 0.9% 상승에도 못미쳤다. 특히 이는 유럽중앙은행(ECB) 물가 목표치 2%를 크게 밑도는 것은 물론이고 지난 10월 기록했던 4년만에 최저치(0.7%)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겨우 회복기를 보이고 있는 유럽 경제가 다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번 WEF에서 세계 경제의 주요 리스크 가운데 하나로 디플레이션을 꼽았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요술 램프에서 나와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Genie)라면 디플레이션은 반드시 맞서 싸워야 하는 오거(Ogre·사람을 잡아먹는 도깨비)”라고 발언했다.

피에르 카를로 파도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ECB에 디플레이션 경계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양적완화(QE)를 통해 이를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드라기 총재는 “유로존이 디플레에 빠질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유로존 CPI 변동률 월별 추이(전년동월대비, 단위: %, 자료:유로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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