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신 몸' 택지 풀렸는데 팔짱끼는 건설사들

박종화 기자I 2021.12.29 15:23:25

임대주택 건설형 공동주택 용지 공모 경쟁률 6.6대 1
추첨제 공급할 땐 수백 대 1 달해
임대주택 사업성 의문에 대형사·중견사 외면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임대주택 건설형 택지 공급’ 제도가 건설업계로부터 외면 당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는 물론 중견 건설사도 대부분 입찰을 포기했다. 국토교통부가 내건 조건을 맞추다간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3기 신도시가 들어서는 인천 계양지구. (사진=뉴시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주 임대주택 건설형 공동주택 용지 공모 당선업체를 발표했다. 임대주택 건설형 공동주택 용지 공모제는 민간사업자가 LH에서 토지를 공급받아 분양주택을 짓겠다고 제안하면 LH가 그 중 20~30%를 임대주택으로 매입할 수 있는 조건으로 공동주택 용지를 매각하는 제도다. 임대주택 비율이나 에너지 효율·건축물 수명 등 임대주택 품질 등을 평가해 당선업체가 선정된다. 유령업체를 만들어 택지 당첨 확률을 높이는 ‘추첨제 택지 공급’ 제도의 폐단을 막고 임대주택 품질을 높이겠다며 이번에 처음 도입됐다.

이번에 공모를 받은 필지는 인천 계양지구 A5블록과 A8블록, 남양주 진접2지구 S1·S2블록, 성남 복정1지구 B3블록 등 다섯 필지다. 이 중 인천 계양지구 두 필지는 3기 신도시 중 처음으로 민간에 공급되는 택지였다.

공모 결과 33개 컨소시엄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평균 경쟁률은 6.6대 1.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곳은 서한 컨소시엄이 당선된 진접2 S1블록(11대 1). 복정1 B3블록엔 단 두 개 컨소시엄만 공모에 응해 씨티건설 컨소시엄이 당선업체가 됐다. 계양지구 두 필지 경쟁률은 각각 6대 1로 호반산업 컨소시엄·원건설 컨소시엄이 공동주택 용지를 공급받게 됐다. LH는 31일 당선업체와 토지 공급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번 공모 결과를 과거와 비교하면 온도 차가 뚜렷하다. 추첨제로 낙찰 업체를 정할 땐 경쟁률이 수백 대 1에 달했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는 물론 중견 건설사도 대부분 공모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당선된 컨소시엄 대표사 중 시공능력평가 30위 안에 드는 회사는 한 곳도 없다. 그나마 35위인 호반산업이 가장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가장 높다.

건설업계에선 사업성에 의문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택지를 공급받아도 일부를 임대주택으로 의무 매각하고 나면 분양 수익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LH는 표준 건축비로 임대주택을 매입하는데 이 돈으론 임대주택 품질을 높이는 데 들어간 비용도 보전하기 어렵다는 게 건설사들 불만이다. 현재 표준건축비는 3.3㎡당 약 336만원(11~20층 전용면적 60㎡ 초과 기준)으로 올해 국토교통부에서 고시한 분양가상한제 주택 기본형 건축비(약 588만원. 16~25층 전용면적 60~85㎡ 기준)보다도 40% 이상 낮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사는 물론 중견사까지 공모에 참여하지 않은 건 사업성 설계에서 매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다른 중견 건설사 관계자도 “임대주택 건설 비용을 제대로 받기 어렵고 임대주택 건설에 따른 브랜드 가치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며 “자금력이 충분한 회사는 차라리 자체적으로 토지를 매입해 개발하는 걸 택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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