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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이탈-약발없는 부양책…유럽 경제 `사면초가`

장순원 기자I 2015.01.05 15:31:57

그리스 시리자 "구제금융 재협상" 공언
獨, 그렉시트 용인‥파장 커지자 부인
세계 석학 "이대로 가다간 위기 지속"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연초부터 유로존 경제에 먹구름이 잔뜩 끼고 있다. 오는 25일 예정된 그리스 총선에서 다시 구제금융 협상을 벌여야 한다는 급진좌파 시리자의 집권 가능성이 커지면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그렉시트·Grexit)가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유로존의 맹주 독일 정부에서조차 그렉시트가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을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의 늪에서 구하려 천문학적인 돈 풀기를 준비하고 있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상황이다. 전 세계 석학들은 이대로 가다간 유로존 경제가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며 걱정하고 있다.

◇긴축반대 시리자 집권 현실화…눈앞 다가온 그렉시트 폭풍

블룸버그통신은 4일(현지시간) 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당수가 선거전에 돌입하면서 “시리자가 집권하면 독일 주도로 요구한 강력한 긴축정책을 끝내겠다”면서 그리스 국민들의 지지를 끌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은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대가로 강력한 긴축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스의 제 1야당인 시리자의 당수가 집권을 하면 재협상을 통해 채무를 줄이고 긴축을 완화하겠다는 뜻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오는 25일 조기 총선을 앞두고 시리자는 연립정부를 이끌고 있는 신민당보다 지지율이 3%포인트 이상 앞선 상태로 이변이 없는 한 최소 연정구성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유로존의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에서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도 큰 충격이 없을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와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독일이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그렉시트(Grexit)를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이돼서다. 메르켈 정부 관계자들이 “ 그리스가 채권단과의 합의를 준수할 것이라는 독일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공식적으로 관련 보도를 부인했지만, 여권과 언론은 메르켈 정부의 발상이 “대단히 위험한 술책”이라며 비판여론이 커지는 상황이다.

◇돈풀기 효과 반신반의…“유로존 위기 끝나지 않는다”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겠다 ECB의 행보에도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총재는 최근 독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조만간 국채를 사들여 돈을 푸는 미국식 전면적인 양적완화(QE)에 나서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냈다.

그렇지만 유로존 경제학자들은 추가 부양책이 유로존 경제를 살리는데 역부족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해 12월 중순 금융부문에서 일하고 있는 32명의 유로존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대다수는 추가 QE를 실시하더라도 성장률과 물가 수준은 약한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리오 퍼킨즈 롬바드 스트리트 리서치 이코노미스트는 “QE가 기대 인플레를 끌어올리고 유로화 가치를 떨어뜨리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게임 체인저’(상황을 바꿀 근본적 계기)가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보스턴에서 3~5일 열리고 있는 전미경제학회(AEA) 연차총회에서도 비관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

마틴 펠트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프랑스·이탈리아의 노동시장은 경직돼 있고 독일의 긴축정책 고수에도 남유럽 국가의 재정적자는 증가하고 있다”면서 “ECB이 돈을 풀어도 유로존의 위기를 끝내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리 에첸그린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UC버클리) 교수는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면 2008년 미국 리만브라더스가 파산했을 때의 경제적 파장보다 두배 가량 더 큰 충격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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