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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유니클로,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함지현 기자I 2019.12.23 12:16:04

배우진 FRL코리아 대표, 실적·이미지 타격 불구 연임
"롯데 성과주의 인사 원칙과도 맞지 않아" 지적
일각에선 "상황 가장 잘 이해…해결할 사람 필요" 주장도

서울의 한 유니클로 매장(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일본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은 유니클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논란이 예상된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롯데그룹 인사가 발표된 가운데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FRL코리아의 배우진 대표는 연임됐다. 현재 FRL코리아는 배우진·와카바야시 타카히로 공동 대표 체제로 운영 중이다.

롯데쇼핑이 FRL코리아의 지분을 49% 보유함에 따라 공동대표 중 1인은 롯데지주에서 선임한다. 롯데지주는 지난해 말 2019년도 정기 임원인사에서 배 대표를 FRL코리아의 수장으로 선임한 바 있다. 나머지 51%는 일본 주식회사 패스트리테일링이 갖고 있다.

올해 유니클로는 각종 구설에 휘말리며 여러 방면에 걸쳐 타격을 받은 만큼 누가 어떤 형태로 ‘책임’을 지게 될지 주목을 받아왔다.

먼저 실적 하락이다.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은 한국 시장 매출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않았지만 매출과 수익이 모두 감소했다고 언급했다.

롯데쇼핑 역시 2018년 1분기 이후 꾸준히 공개해 오던 FRL코리아의 실적을 올해 3분기 처음으로 공개하지 않으며 유니클로와 선을 그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전년 대비 60% 이상 감소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불매운동의 기폭제가 되면서 롯데 계열사들에 부정적 영향도 끼쳤다.

특히 롯데주류의 경우 대표 소주 브랜드인 ‘처음처럼’이 일본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엮이면서 3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약 20% 급감하기도 했다. 결국 롯데칠성음료는 기존 음료와 주류 각자 대표이사 체계에서 이영구 대표이사 체제로 통합됐고, 김태환 롯데주류 대표는 임기 1년을 앞두고 자리를 비워야 했다.

급감한 실적만큼이나 부정적 이미지의 확산도 뼈아픈 부분이다.

유니클로 불매운동은 일본 본사 오카자키 다케시 패스트리테일링 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한국 내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장기적으로 영향을 줄 정도가 아니다”고 발언하며 불이 붙었다. 이와 관련, 유니클로는 두 번에 걸쳐 사과문을 냈다.

시간이 지나면서 불매운동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누그러지는 모습이었지만 다시 기름을 부은 사건이 일어난다. 바로 ‘위안부 모독’ 광고다.

유니클로는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10월 98세의 실제 패션 콜렉터 ‘아이리스 아펠(Iris Apfel)’과 13세의 패션 디자이너 ‘케리스 로저스(Kheris Rogers)’가 모델로 등장하는 광고를 선보이며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 되묻는 자막을 썼다.

일부 네티즌들은 일제 강점기인 80년 전을 언급하며 위안부 관련 문제를 모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광고 내 영어 대사와는 무관하게 한글 자막에만 80년이라는 점을 부각했다는 점에서 FRL코리아 측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상황이 이렇자 이번 FRL코리아 대표 인사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유니클로 및 다른 계열사에 부정적 영향을 크게 미친 FRL코리아 대표를 교체하지 않은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롯데가 인사를 하면서 밝힌 성과주의 인사 원칙과도 맞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자리를 지키며 해법을 찾기 위한 연임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 대표는 일련의 과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며 “문제를 해결할 사람도 필요해 이번 인사에서 연임한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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