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車흠집이 10초 만에 싹~’..神기술 쏟아낸 현대차·기아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20일 오전 현대자동차·기아가 미래 모빌리티 나노 신기술을 대거 공개한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행사장. 입구에 들어서자 손상부위를 스스로 치유하는 고분자 코팅 기술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최후연 현대차·기아 선행기술원 책임이 날카로운 바늘로 콩알만한 크기의 작은 투명 필름에 스크래치를 내고 있었다. 최 책임은 “이 투명필름은 자가치유 능력을 갖고 있어 1~2분만 있으면 스크래치가 원상 복구된다”고 설명했다.

나노 테크데이 행사 현장에서 연구원이 셀프 힐링 고분자 코팅 기술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사진=현대차·기아)

최 책임이 바늘로 긁은 필름을 화상현미경으로 비춰보니 화면 속 투명필름에는 기다란 스크래치가 선명하게 보였다. 그러나 10초가 채 지나기도 전에 길게 파였던 흠집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데도 믿기지 않는 현상이었다. 최 연구원은 “현재는 실험 결과를 빠르게 보여주기 위해 온도를 80도로 맞췄지만 상온에서도 빠르게 회복 가능하다”고 말했다.

화상 현미경을 통해 살펴본 필름 내 스크래치가 자가치유하는 모습. 필름에 생긴 희색 세로 스크래치(왼쪽)가 10초 만에 깔끔히 사라진 모습(오른쪽).(사진=김성진 기자.)

이제 긁혀도 걱정 無..스스로 치유하는 코팅기술

현대차·기아가 선보인 이 자가 치유 기술은 손상 부위를 반영구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고분자 코팅 기술이다. 부품에 상처가 나면 분열된 고분자가 화학적 반응에 의해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는 성질을 활용했다.

물론 기존에도 다른 완성차업체에서 이러한 자가치유 기능을 실제 양산차에 도입한 적이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 완성차업체 닛산이 2005년 스크래치 실드(scratch shield)라는 페인트를 개발해 적용한 적이 있었고 2021년에는 독일 완성차업체 BMW가 전기차 iX 전면부 그릴에 활용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두 사례 모두 실용성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닛산의 경우 자가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무려 1주일에 달했고 BMW 역시 마찬가지로 하루라는 긴 시간이 소요됐다. 이것마저도 회복 시간을 줄이기 위해 열을 가하는 장치를 추가로 부착한 결과였다.

셀프 힐링 고분자 코팅 기술을 적용한 소재.(사진=현대차·기아)

현대차·기아가 개발한 자가치유 기술의 핵심은 빠른 회복력이다. 이번 기술의 연구개발을 진행한 여인웅 현대차·기아 선행기술원 책임연구원은 “현대차·기아는 상온에서도 빠르게 회복하는 소재를 개발했다”며 “온도가 낮은 겨울에는 회복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영하 10도에서도 하루면 회복이 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기아는 우선 이 기술을 자율주행의 핵심 부품인 카메라 렌즈와 라이다 센서 표면 등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후 차량 도장이나 외장 그릴로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자가치유를 위해 나노 캡슐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오일 캡슐 고분자 코팅’이라는 기술도 개발했다. 일종의 자가치유 기술의 파생 기술인 셈이다. 이는 나노 캡슐이 포함된 고분자 코팅을 부품 표면에 바르는 방식으로 기존 윤활제 대비 오랜 시간 안정적인 윤활 효과를 낸다는 장점이 있다. 외부 충격이 발생하면 코팅층의 오일 캡슐이 터져 그 안에 들어있던 윤활유가 흘러나와 윤활막을 형성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압력 인식 소재에 투명 태양전지..온도 낮추는 냉각필름도

이날 전시장에는 사용자의 압력을 인식해 체형 부위만 정확하게 발열을 시켜주는 탄소나노튜브 소재도 있었다. ‘온열 체험 폼’이라는 이름으로 전시장에 마련된 장치에 손을 올려놓고 꾹 누르니 압력이 가해진 부분에만 열이 들어왔다. 열이 들어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1초도 안 걸릴 정도로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현대차·기아는 향후 이 기술을 시트에 확장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운전자의 신체 특성이나 무게에 따라 효율적인 에너지 활용이 가능해진다.

압력 감응형 소재가 적용된 폼을 누르자 열이 발생되는 모습.(사진=현대차·기아)

윤덕우 현대차·기아 기초소재연구센터 PL은 “4개 시트에 모두 적용할 경우 140㎾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며 “현재는 체압을 먼저 측정하고 그 다음에는 호흡과 심박까지도 측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며 이를 통해 헬스케어 분야도 확장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페로브스카이트 투명 태양전지로 생성된 전기를 통해 선풍기를 작동시키는 모습.(사진=현대차·기아)

현대차·기아는 이외에도 현재 연구 중인 태양전지 신기술을 소개했다. 페로브스카이트라는 소재를 기반으로 한 이 태양전지는 투과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어 차량 창문에도 붙일 수 있다. 한 마디로 투명한 창문이 태양전지 역할도 하는 것이다. 이병홍 현대차·기아 기초소재연구센터 PL은 “미래 모빌리티는 창문이 점점커져 이에 대한 활용이 상당히 중요해지고 있다”며 “투명한 태양전지 기술을 활용하면 충전 빈도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나노 테크데이 행사 현장에서 이종수 현대차·기아 선행기술원장 부사장이 인사말을 하는 모습.(사진=현대차·기아)

차량 내부 온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투명복사 냉각필름도 선보였다. 이 냉각필름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열보다 더 많은 양의 내부 열을 외부로 방출해 내부 온도를 낮추는 기능을 한다. 이민재 현대차·기아 기초소재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실제로 냉각필름을 제작해서 온도평가를 한 결과 일반 열 차단 필름 대비 최대 6.89도 온도가 낮게 측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종수 현대차그룹 선행기술원장(부사장)은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는 첨단기술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성능 발휘하기 위해서는 소재기술이 필수”라며 “배터리, 제어기, 센서, 카메라의 성능 모두 소재와 직결되며 첨단소재를 연구하고 개발할 수 있어야만 장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