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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는 남녀 병실 어디로?

김범준 기자I 2023.01.26 12:23:45

인권위 “법적 성별만으로 남녀 구분은 평등원칙 위반…가이드라인 필요”
정부, 국가통계 ‘성소수자’ 항목 신설 권고 불수용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트랜스젠더가 병원에 입원할 때 법적 성별을 따르게만 한 지침을 보완하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권고가 나왔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지난 4일 보건복지부장관에게 트랜스젠더의 입원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26일 밝혔다.

진정인 A씨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한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외모는 여성이지만 성전환수술과 법적 성별 정정은 하지 않았다. A씨는 지난 2021년 10월 B대학교 부속 병원에서 상담을 받고 입원 과정 중 주민등록상 남성이라 남성 병실에 입원해야 한다는 병원 측의 안내를 받고 승강이를 벌이다 결국 입원하지 못했다. A씨는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병원 측은 트랜스젠더 환자 입원과 관련해 별도의 자체 기준은 없지만, 의료법 규정상 입원실은 남녀를 구분해 운영하는 것이 원칙이고 구분 기준은 법적 성별을 따르고 있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트랜스젠더의 병실 입원과 관련한 별도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은 없다”며 “의료법 시행규칙에서 ‘입원실은 남·여별로 구별하여 운영할 것’이라고만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의료기관이 입원 환자를 특정 기준에 따라 구분해 병실을 배정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현재 기준으로만 구분하기 어렵거나 남녀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사람이 존재하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라고 봤다.

또 트랜스젠더가 일반인과 가장 다른 점은 법적으로 부여된 성별과 본인이 느끼고 표현하는 성별이 일치하지 않는 것임에도, 구분 없이 법적 성별만을 기준으로 이분법적인 남녀 범주에 포함시키는 건 ‘다른 것은 다르게 처우해야 한다’는 평등 처우의 기본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병원의 행위는 보건복지부 등 관계 기관의 규정 미비나 공백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복지부 장관에게 트랜스젠더 환자의 의료 접근권을 보장하고, 의료 처우 배제 등의 불이익을 예방하기 위한 입원 관련 지침 또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한편 인권위는 성소수자가 정부 정책 대상으로 가시화될 수 있도록 지난해 국무총리와 복지부장관, 행정안전부장관, 여성가족부장관, 통계청장에게 국가승인통계조사 등에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 관련 지침 마련 및 조사항목 신설을 권고했지만 관계 부처에서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이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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