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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상대 안 해요" 화이자 배짱에…방미 중인 스가, 직접 전화한다

김보겸 기자I 2021.04.16 15:00:52

방미 길 오른 스가, 화이자 CEO와 전화회담 조율 중
백신접종률 0.9% OECD 꼴찌…추가 공급 호소할듯
화이자, "얘기하자"던 고노에 "장관 말고 총리 나오라"

방미 길에 오른 스가 총리가 화이자 CEO에 SOS를 칠 계획이다(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미국을 방문 중인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미 제약사 화이자에 SOS를 칠 계획이다. 일본의 백신 접종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인 만큼 화이자에 백신 공급을 늘려달라고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일본 정부는 백신 계약 과정에서 “장관은 상대 안 한다”던 화이자에 굴욕을 당한 바 있어 주목된다.

16일 일본 백신 접종을 총괄하는 고노 다로 행정개혁 담당상은 이날 오전 내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을 방문 중인 스가 총리가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와 전화회담을 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애초 대면회담을 검토했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전화회담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내용에 대해서 고노 담당상은 “아직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현 단계에서 말하는 것은 삼가고 싶다”며 확답을 피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 관계자는 지지통신에 “일본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에서 외국에 뒤지고 있어 추가 공급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재 일본의 백신 접종률은 0.9%로 OECD 국가 가운데 꼴찌다. 그 다음이 뉴질랜드(1.47%), 한국(2.51%) 순이다. 일본은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가 있어야만 사용을 승인하는 원칙에 따라 유일하게 화이자 백신만 접종하고 있지만, 공급이 수월치 않았다. 당초 일본 정부는 올해 안으로 화이자 백신 1억4400만회분을 공급받기로 했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막상 계약서에는 백신 물량 공급을 확정하지 않고 “최대한 노력한다”고만 명시해 불완전 계약서를 썼다는 비판을 받았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CEO. 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그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바이든 대통령이 화이자 백신을 대량 생산하는 미시간주 칼라마주 공장을 방문했을 때 모습(사진=AFP)
이에 고노 담당상이 “내가 직접 화이자와 얘기하겠다”고 나섰지만 화이자 측은 “총리가 교섭에 나오라”며 배짱을 부렸다. 당시 교도통신은 “백신 확보가 절박한 일본이 화이자에 농락당한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7월 도쿄올림픽과 9월 자민당 총재선거, 10월 중의원 선거 등 대형 이벤트를 앞둔 스가 총리의 약점에 화이자가 고자세로 나왔다는 것이다.

“장관은 상대 안 한다”는 화이자 배짱에 스가 총리가 직접 나서는 모양새다. 스가 총리는 지금까지 “6월 말까지 백신 1억회분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해왔다. 불라 CEO와의 전화에서 공급에 속도를 내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간부는 교도통신에 “(화이자 백신의) 추가 공여가 가능하면 고령자 백신 접종을 빨리 끝낼 수 있고 전체 (접종) 계획도 앞당길 수 있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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